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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장비만이 애국? 편협한 국수주의에 5G 국가경쟁력 추락 우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내 5G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국산장비만을 고집하는 국수주의 마케팅은 기업의 선택권을 저해하며 오히려 5G 글로벌 경쟁력 추락과 소비자 후생을 막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안정상 방송통신 수석전문위원은 ‘5G 망 구축에 따른 통신장비 도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 장비의 보안문제와 차별적 장점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네트워크 장비기업인 화웨이의 국내 도입 우려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과 관련 기업들은 화웨이에 대한 보안성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화웨이 장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5G 장비선정에 있어 사업자의 선택을 존중하다면서도 국산장비에 대해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중국 업체의 5G 통신장비는 미국 등 주요 우방국에서 보안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국익 관점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안 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문제는 의혹만 제기됐고 실체는 확인된 바 없다”며 “일방적 국산장비 사용은 편협한 국수주의며, 장비 선정은 이동통신자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웨이를 향한 정부 입장도 변화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화웨이에 백도어가 있다?=보고서에서는 화웨이뿐 아니라 국내 구축이 유력한 모든 장비의 보안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전문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화웨이는 네트워크 장비 내 백도어를 통해 주요 정보를 중국정부에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존 서포크 화웨이 글로벌사이버보안책임(GSPO)은 백도어에 대해 부인하며 한국정부와 통신사가 원하는 검증절차를 모두 수용하고 모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고 했다. 화웨이는 5G 기지국 장비에 대해서도 내년 내 국제 CC를 받을 예정이다.
보고서에서는 “국제 CC 인증을 받은 결과 백도어가 없음이 확인됐고, 정부주관으로 여러 차례의 현장 점검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며 “화웨이는 LTE 국내 진출 때 국내 중소업체가 직접 장비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지국 통신 프로토콜을 공개했는데, 타 제조사는 개방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화웨이는 2014년 스페인 인증기관인 ENAC로부터 국제 CC인증을 받았고, 2016년에는 OPEN TTPS 요구 사항을 충족시킴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기술 공급자 인증을 획득했다”며 “국제 CC인증은 기지국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검사하는데, 백도어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화웨이 보안 우려는 미국에서 강하게 제기하는 부분이다. 미국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와 ZTE를 제재하고 조사하고 있다. 최근 미 의회는 중국 통신기업이 미 정부 조달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2019년 국방수권법안(NDDA)을 통과시켰다.

화웨이를 선택한 LG유플러스가 LTE망 구축 당시 미국정부 우려로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일부 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제외했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 우방국 사이에서 5G에서 화웨이를 제외시키려는 것은 정치·외교 논리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장비 국수주의, 5G 경쟁력 저하·중국 보복 대응 초래”=결국, 중국기업이라고 무조건 화웨이를 장비 선정에서 배제하지 말고 다른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기업들과 동일한 선상에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택은 정부가 아닌 이통사에서 해야 하며 시장논리에 맡기자는 것.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칫 중국의 보복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는 “5G장비에 대해 국수주의에 빠져 중국 장비 도입을 의도적으로 배격한다면, 역으로 우리만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력의 장비를 중국 기업에 수출하려고 할 때 중국 역시 한국 장비를 거부하는 보복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은 더 넓은 시장인 중국시장 공략에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이동통신3사는 늦어도 9월말까지 장비 선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통사는 소비자 편익, 안정적 서비스, 사후 관리, 신뢰성 등을 고려해 장비를 선정하게 된다.

5G망 세계 첫 상용화를 앞둔 한국에 장비를 제공하는 것은 향후 세계 각국에서 5G 장비 제공을 위한 각축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장비사들은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보고서는 국수주의 마케팅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거나 국내산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국수주의적 감정에 호소해 경쟁사보다 기술력이나 가성비가 떨어지고 글로벌 경쟁력이 저조한 국산 장비를 채택해야만 한다는 논리는 한국의 5G 국제 경쟁력도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 또한 반도체 생산공장 장비 대부분을 미국, 네덜란드 등 외산들을 도입하고 있다는 사례도 내세웠다.

보고서는 “기술수준, 가성비, 완성도가 떨어지는 국산 장비 사용을 고수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우수한 장비를 선택한 외국과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5G 망을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 개발은 역주행하게 되고 결국은 소비자 후생이 축소될 것”이라며 “국내 장비 사업자도 국내 중소기업에 대해 기지국 통신프로토콜을 전면 개방해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도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한 장비 개발과 차별화된 특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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