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취재수첩] '금융IT 개발자'...좋은 시절은 다시 올까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KB국민은행 자체 IT인력 크게 늘린다는 전략을 밝혔다. 현재 550명 수준인 자체 IT 인력 규모를 800명 선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금융사에 있어 IT역량이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시장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사의 계획처럼 IT인력의 수급이 쉬울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 금융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IT전문 인력 수급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당초 목표했던 인력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한 지방은행의 경우 디지털 금융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각 분야 00명 채용 목표에 크게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의 개발인력 수급난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금융을 각 금융사들이 표방하면서 빅데이터 분석 인력에서부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IT신기술 기반의 인력난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서버단에서의 개발인력 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과 같은 영역은 서버 기반의 개발 프로젝트가 많은 편인데 문제는 같은 능력을 요구하는 게임, 스타트업의 개발자 수급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 IT업무에 대한 매력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금융권의 장점인 고임금도 옛말이라는 지적이다. 특정 개발업무의 경우 인건비 상승폭이 워낙 커서 산업군별, 그리고 규모별 간극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금융IT시장이 SW개발 시장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한 금융IT업체 관계자는 “개발인력이 금융시장에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며 “판교 등지의 중소 게임사나 스타트업만 하더라도 개발자 초임연봉이 예전보다 상당히 상승했다. 같은 값이라면 ‘야근’으로 점철된 금융사에 가느니 게임이나 스타트업이 났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빅뱅 방식으로 한 프로젝트에 6개월에서 24개월까지 묶여 있어야 하는 금융사의 IT개발 관행도 개발자들이 금융시장에서 발을 돌리는 계기가 된다. 국제회계기준(IFRS)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한 업체 임원은 “보험사 IFRS사업은 한번 착수하면 2년 가까이 개발이 진행된다. 그 기간이면 차라리 게임사나 스타트업에서 인센티브 등을 바라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신규 개발자보다 나이 때문에 은퇴하거나 은퇴할 시점에 있는 경력 개발자 활용도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이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오랜 경력을 가진 분들을 모셔 봤는데 과거 개발언어에서 최근의 개발언어로 적응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개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금융사에게 IT역량은 디지털 금융시대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됐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금융사의 IT업무가 직업으로 매력적이냐는 질문에는 이제 의문부호가 따라 다니고 있다. 물론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등이 금융권 전반에 적용되면 적어도 과도한 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일의 성과에 대한 보람에 대해 얘기하자고 한다면 아직 금융IT 개발 사업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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