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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없이 전화? 블록체인 스마트폰 ‘엑스폰’ 들여다보니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블록체인 스마트폰’ 이름을 단 제품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스위스 기업 시립랩스는 오는 11월 ‘핀니’를 출시할 계획이고, HTC는 ‘엑소더스1’을 24일 공개했다. 이 제품들이 ‘콜드월렛’ 등 암호화폐 관련 기술과 보안에 초점을 맞췄다면, 펀디엑스가 지난 10일 발표한 ‘엑스폰’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는 전화 문자 기능을 강조한 스마트폰이다.

24일 블록체인 기술 업체 펀디엑스는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서울에서 블록체인 스마트폰 ‘엑스폰’ 미디어밋업 행사를 열었다. 페코 완 펀디엑스 부사장이 참석해 엑스폰의 개념과 활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페코 완 부사장은 "블록체인도 인터넷이 없으면 쓸 수 없다. 엑스폰도 기본적으로 인터넷 연결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사 음성통화망 연결은 필요없지만 데이터 통신망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소한 무선랜연결(와이파이, WIFI)이나 모바일 핫스팟 연결이 돼야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 보이스톡 등 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al) 음성통화는 지금도 인터넷망 연결을 통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블록체인 통화에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은 한정적이다.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해 엑스폰이 하드웨어적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페코 완 부사장 역시 “이 제품은 블록체인 개발자나 얼리어댑터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상용화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집중형 통신망에서는 서버에 문제가 생기거나, 서버 소유자가 의도적으로 접근을 막을 경우 통신이 불가능하다. MVOIP 통화도 마찬가지다. 특정 장소, 시간대에 사람이 몰릴 경우 통신이 잘 터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블록체인 통신은 이런 일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엑스폰과 엑스폰 사이 통화에는 오퍼레이터가 필요 없다. 펀디엑스의 펑션엑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각각 엑스폰 단말기는 블록체인 단위의 하나인 ‘노드’로 작동해 통신을 주고받는다. 3개의 노드만 있으면 일반 전화와 같은 수준의 통화 품질을 낸다는 것이 펀디엑스의 설명이다.

라이언 조 펀디엑스 한국 대표는 “‘왜 통신사에서 독립이 필요하냐’는 질문의 답은, ‘왜 우리가 블록체인을 써야 하느냐‘의 답과 같다”며 “최근 유튜브 마저 서버가 다운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블록체인 구조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설명했다.

사실 펑션엑스 통신은 음성통화보다 데이터 전송에 활용도가 높다. 엑스폰은 새로운 전송 프로토콜인 FXTP(분산형 http)을 사용한다. 데이터는 IPFX라는 탈중앙화된 파일 스토리지에 저장된다. 이곳에서 주고받은 데이터는 각 노드에 분산돼 영구히 보존된다.

http 통신은 특정 통신망에서 차단될 수 있지만 FXTP는 일부 노드가 차단되더라도 다른 노드로 대체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 등 특정 서버에 저장된 사진은 회사 서버가 사라지면 함께 없어지지만, 블록체인에 분산된 사진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엄밀하게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단순화하면 통신사나 기존 인터넷 서비스는 웹하드, 블록체인 통신은 P2P(peer to peer)에 비유할 수 있다. 중앙 규제를 피해 정보를 주고받기 용이하다.

페코 완 부사장은 “이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의 다음 단계라고 보시면 된다”며 “개발자가 탈중앙화 앱, 혹은 자신이 개발한 앱을 영원히 유지하고 싶을 때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준다”고 말했다.

펀디엑스는 1000대의 엑스폰을 자체 생산해 내년 2분기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100달러(약 110만원) 이하 수준으로 예상된다. 우선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공급해 저변을 넓히고, 향후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협업도 고려 중이다.

엑스폰의 운영체제(OS) 펑션엑스는 안드로이드9.0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기존 스마트폰에 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페코 완 부사장은 “한국은 삼성 LG 등 최고의 전화기 제조사들이 차세대 기술을 찾고 있는 곳, 한국 하드웨어 회사들과 함께 일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펀디엑스는 암호화폐 NPRX를 개발한 회사기도 하다. 엑스폰의 통화, 데이터 전송에도 암호화폐를 활용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페코 완 부사장은 “전화나 메시지 비용을 코인으로 지불하게 할 것인지 세부적인 부분은 아직 미정"이라며 "결정되면 바로 발표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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