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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서버 우대정책 논란, 한-미 통상문제로 번지나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공급 기준이 확대된 서버, 스토리지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중기간 경쟁제품)’ 재지정을 놓고 외산 및 이들의 유통기업과 국산업체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19년부터 향후 3년 간 적용되는 중기간 경쟁제품 재지정을 앞두고 서버는 x86 서버 2소켓 이하 전체, 스토리지는 실용량 100TB, 물리용량 기준 200TB로 공급 기준이 넓어지며 외산업체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중기간 경쟁제품’은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 대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다. 국산 중소 서버, 스토리지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적용된다.

외산기업들은 “2소켓 이하 서버는 전체 x86 시장의 98%를 차지해 리스크가 크다”며 “이는 실사용자인 공공기관의 안정성은 물론, 외산벤더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중소업체와의 역차별과 한미 FTA, WTO에 위배돼 통상 이슈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산서버 기업들은 “최근 과기부 사업을 통해 국산 기술로 x86 서버 메인보드도 개발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공동 A/S망을 구축해 사후 서비스 제공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이해당사자 간 조정회의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마치 3년 전 관련 제품이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처음 지정됐을 당시와 흡사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재지정에는 공급 기준이 사실상 제품 전체로 확대되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프로세서 타입 및 클록스피드에 따라 일부 스펙 이하에만 적용돼 왔다. 외산기업들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RM)에 이같은 의견을 적극 개진하며 무역통상 이슈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IDC의 자료를 분석하면, 인텔 제온 프로세서가 전체 서버칩 시장의 99.8%를 차지하는 가운데, 2017년 3분기부터 2018년 2분기까지 판매된 인텔 기반 1~2소켓 서버 판매 대수는 전체의 98%에 달하는 16만4675대에 달한다. 공공 분야 역시 비슷한 상황. 2017년 기준 공공기관에 도입된 x86 서버 가운데 2소켓 이하 제품은 전체의 97%에 해당하는 1만5397대를 기록했다.

다만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국산 제품에 대한 판매 독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준 외산 벤더의 시장 점유율은 87%로 여전히 높게 형성되고 있다. 국산서버기업 가운데는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만 약 10.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으며, 다른 국산업체는 점유율이 거의 미비한 상태다. 유니와이드는 서버, 스토리지의 중기간 경쟁제품을 운영하는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의 회장사다. 또, 이 과정에서 중국과 대만 제품의 국산화 둔갑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산기업들은 일부 국산 서버업체만 독식하는 상황이 오히려 외산 제품을 유통하는 국내 중소기업에 역차별이 되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HPE와 델 EMC, 시스코, 레노버 등 주요 기업의 국내 파트너사는 약 5만여개로 파악되는데 이중 공공부문에서 활동하는 파트너사는 약 1800여개, 1만500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서버업체 관계자는 “현재 한국컴퓨팅산업협회에 소속된 회원사는 약 26개 남짓이지만, 외산벤더는 약 2천여개에 달하는 만큼, 2소켓 이하 서버로 확대될 경우 이 피해는 고스란히 파트너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글로벌 보안 이슈를 국산 서버 기업들이 신속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국가 기반 IT 인프라의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국컴퓨팅산업협회 관계자는 “유니와이드의 경우 3자단가납품을 통해 공급된 반면, 다른 업체의 경우, 시스템통합(SI) 형태의 총액계약으로 납품됐기 때문에 수치를 알기 어렵다”며 “공공분야는 민간 시장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시장인데 외산기업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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