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도마오른 국산대표 서버업체… ‘중기 경쟁제품’ 정책에 불똥?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산 서버의 대표주자인 ‘이트론’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그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트론의 경영진이었던 김영준 전 회장은 지난 10월말 33억원을 배임했다는 혐의로 현재 구속기소 중이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이트론은 주식매매거래가 중지된 상태로 조만간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문제는 이트론이 회장사로 있는 한국컴퓨팅산업협회를 통해 최근 국산 서버, 스토리지 제품이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이하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이트론은 그동안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위해 힘써온 컴퓨팅산업협회를 움직였던 실세로 평가받았던만큼 김 전 회장의 구속사태는 개인의 문제이긴하지만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외산 장비 및 유통업체들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김 전회장 구속, 이트론은 주식매매거래 정지 = 이트론은 지난 10월 26일 경영진의 배임 혐의로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회장의 배임 금액은 33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9%에 달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돼 현재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구속된 상태다.
앞서 이트론을 포함한 국산 서버 및 스토리지 제조업체 10여개사는 이달 초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서, 내년부터 3년 간 공공 시장에 우선 도입되게 됐다.
그동안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을 두고 이들과 외산 장비기업과 관련 유통업계는 치열한 논리전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이트론을 회장사로 둔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공동 사후서비스(AS)와 장비신뢰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며 결국 중기 간 경쟁제품에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대해 IT업계에선 정책의 적절성을 놓고 여전히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외산및 유통업계 일각에선 특혜 시비를 제기하는 등 여전히 술렁이고 있다.
◆도덕성 시비, 업계 - 정부 부담 =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협회 회장사의 전 경영진의 배임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국산서버는 해외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단순 조립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경영진 배임 등 비윤리적인 행태는 업체들의 지속적인 제품 연구개발(R&D) 등의 투자에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 장려를 위한 제도인 만큼, 재무 투명성 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트론 측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이트론 주주님께 드리는 글’의 게시를 통해 “검찰에서 피고인으로 지목한 김영준은 당사의 주식 소유 및 임원 등재가 일체되어 있지 않았으며, 당사의 재무상태 및 영업상황은 극히 정상적인 상태”라고 밝히는 등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회사측은 이어 “지난 12월 24일에 추가적으로 한국거래소에 향후 2개년 영업계획 및 배임혐의 금액에 대한 보전방안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서를 수정 및 보완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또한 배임혐의와 관련해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배임혐의금액 33억원에 대해 부동산 근저당권을 설정했으며 임직원은 합심해 주권 거래재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 역시 관련 기업의 경영진 배임 등은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는 이번 제도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과 개인의 배임, 횡령 등은 무관하다”며 “예를 들어 국내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등 정당한 자격이 없는 기업의 경우 당연히 지정이 제외되겠지만, 경영진 배임 등은 개별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이번 제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산서버업계 등은 이번 이트론 사태를 두고 비도덕적인 행태를 보인 기업이 과연 제품개발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배임과 같이 기업의 수익이 온전히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서 제대로 된 연구개발(R&D)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업계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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