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국산 서버, 치열한 논리전…“이미 10년 간 생산” vs “글로벌 표준 적용”

백지영

30일 서울 상암DMC타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 개정 공청회’ 모습
30일 서울 상암DMC타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 개정 공청회’ 모습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네요. 서버와 같은 장비는 복잡다단한 구성요소가 뭉쳐 하나의 완제품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성요소를 구입해 단순히 재조립하는 수준으로는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들어요. 최소 해외기업들의 글로벌 스탠다드(표준)에 맞는 HW 규격과 SW 호환성 등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미 10개 이상의 국산 서버 기업들이 10년 동안 15만대 이상의 서버를 공급해 왔습니다. 최소 24시간에서 72시간까지 테스트하고 출하한 것으로 10여년 간의 노하우가 담긴 테스트를 거쳐 다양한 고객 환경으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30일 서울 상암DMC타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중기 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 개정 공청회’ 자리에서 또 다시 국산 서버 진영과 외산 서버 및 외산 제품 유통기업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이번 공청회는 85개 제품의 개정 및 2016년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신규 지정이 검토 중인 18개 제품에 대한 직접생산확인 기준 제정(안)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개최됐다.

즉, 대기업이나 수입제품의 납품 및 하도급 생산납품 등 중소기업 간의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중소기업이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신규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 추천돼 있는 ‘컴퓨터 서버(서버)’와 ‘디스크 어레이(스토리지)’의 경우, 현재까지 지정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지정됐을 경우를 고려해 미리 직접생산확인 기준을 정하고, 제도가 시행됐을 경우 바로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대부분의 외산 서버 업체 및 외산 제품 유통기업들은 여전히 제도 자체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생산시설과 설비 등 최소한의 내용을 담은 직접생산확인 기준안에 대해선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시한 서버의 직접생산 정의는 다음과 같다.

“컴퓨터서버의 직접생산은 CPU, 하드디스크, 메모리 및 전원공급기, 메인보드, 샤시(베어본 대체가능) 등을 구입해, 이를 보유 생산시설과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원부자재 구입, 조립, 공정 검사, 펌웨어 업데이트 및 OS설치, 부하 및 호환성 테스트, 최종 검사, 포장 등 각 생산공정을 통하여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함.”

또한 직접생산확인 기준으로는 제조시설면적과 부대시설면적이 100㎡(약 30평) 이상에 생산 및 검사설비로는 ▲작업대 ▲작업공구 ▲운반용트레이 ▲전동드라이버 ▲라벨프린터 ▲바코드스캐너 ▲소비전력측정기 ▲멀티미터 ▲에이징대 ▲적외선온도계 ▲KVM 스위치 ▲L2 스위치만 있으면 된다. 생산인력도 2인 이상이면 된다.

생산공정은 조립→공정 검사→펌웨어 업데이트 및 OS 설치→부하 및 호환성 테스트→최종 검사→포장 등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다양한 외산제품을 유통하는 영우디지털 관계자는 “다양한 서버 구성요소를 해외에서 수입해 와서 열악한 생산환경에서 조립된 것이 과연 국산서버인지 묻고 싶다”며 “생산시설 기준도 조립에 대한 부분만 명시해 놓고 있고 사후관리나 SW업체와의 호환성 등 더 중요한 부분에 대해선 언급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60~70년대에 가발 제조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제품 조립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보여진다”며 “결국 몇 개 중소업체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국산 장비 산업육성과는 동떨어진 제도”라고 비난했다.

한국HP 관계자도 “지난 수십년 간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신뢰성이 높은 데이터를 누적해 제품 생산에 적용해 왔다”며 “적어도 발열과 습도, 충격, 부하, 호환성 테스트 등 글로벌 표준에 맞는 규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시험기관 등에 대한 내용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산서버업체인 이트론의 김상초 상무는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10개 이상의 업체가 15만대의 서버를 납품해왔다”며 “하드웨어(HW)위에 운영체제(OS), 그 위에 데이터베이스(DB)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기 위해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쳐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공청회를 진행한 변정범 중소기업중앙회 대리는 “이 자리는 직접생산확인 기준에 대한 내용에 대해 어떠한 것이 추가되면 좋을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기준에 대한 비난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추가될지에 대해서만 얘기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30일 중소기업청은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12월 중순 경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서버 및 스토리지가 신규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될 경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공공기관 등이 관련 품목을 구매할 경우 국산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서버의 경우 x86 서버만 해당한다. 지난해 기준 공공 x86 서버시장은 1343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백지영
jyp@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