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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 아랑곳 않는 애플 갑질, 멍드는 유통망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이하 공정위)가 애플코리아 조사 착수 2년만에 다음달 12일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에 나서지만, 국내 통신사와 유통망을 향한 애플 갑질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 아이폰XS·XS맥스·XR을 국내 출시한 애플코리아는 통신사를 통해 시연용 단말을 구입하지 않는 대리점에는 아이폰 신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대리점이 고객에게 판매 때 보여주는 시연용 단말을 먼저 사야만 일반 판매용 단말도 주문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전산시스템에 해당 조건이 적용된 만큼, 시연용 단말을 구입하지 않으면 아이폰 신제품도 팔 수 없다.

시연용 모델을 강매하는 조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연용 모델은 일반 판매용 단말의 출고가 30%를 할인해 제공한다. 또, 다음 아이폰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 진열해야 한다. 다른 제조사는 홍보를 위해 시연용 단말을 무료 제공하거나 상당부분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리점은 아이폰XS·XS맥스·XR 3개 모델을 구비해야 해, 최소 약 27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대용량 제품과 각 색상을 모두 구비하게 되면 600만원까지 오른다. 한 곳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이정도인데, 통신3사 대리점 전체로 확대하면 애플은 시연용 단말 강매만으로 수백억원을 챙기게 된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인기모델인 애플 신제품을 포기할 수 없고, 이를 판매하자니 각종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인 내용에 이 같은 문제점도 포함돼 있고 제재가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애플은 불공정 비용전가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16년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비용 떠넘기기와 같은 애플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수차례 실시해 왔다. 통신사가 아이폰 TV 광고비를 부담한 것은 오래 지적된 사안으로 이번 안건에 올라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대리점 판매대 설치비용 및 시연용 단말 등 출시 홍보를 위한 부대비용을 떠넘긴 부분, 제품 무상수리 비용 전가, 일정 물량 이상 제품 구매 강요, 공정위 조사 방해 혐의 등이 제기됐다.

해외에서도 애플 갑질에 대해 규제당국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애플은 일본 통신3사에 아이폰 판매 때 일정액을 할인하는 계약을 요구, 자유로운 요금제도 적용 제한을 지적받아 시정조치 받고 계약내용을 변경하기로 했다. 불공정 계약 체결 등과 관련해 프랑스, 대만 등 각국 규제당국도 애플에 과징금을 결정한 바 있다. 프랑스 공정위는 2016년 무려 64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시제품·매장 진열용 단말 모두 통신사를 통해 유통망에 비용 전가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통신사에 초도물량을 잘 주지 않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품 홍보를 위해 시연용 단말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분담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며 “애플은 단말뿐 아니라 광고, 홍보 포스터 모두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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