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특정업체에 수백억 몰아주기…전파진흥협회-알윈, 수상한 거래

채수웅
- 전파협회, 8년간 368억원 전자파측정업무 알윈에 위탁
- 단 한차례의 공개입찰 없이 일괄 하도급 형태로 재위임
- 단순 용역업체 알윈 사장이 협회 부회장에 이름 올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한국전파진흥협회(회장 하현회, RAPA)가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전자파 강도측정 용역업무를 진행하면서 8년간 특정 업체에 4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수의계약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전파진흥협회는 단 한 차례도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복수 계약을 희망하는 통신사의 요구도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진흥협회는 2011년부터 이동통신 3사로부터 무선국에 대한 전자파 강도측정 용역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2011년 이전까지 전자파강도 측정 업무는 한국전파진흥원(KCA)이 관행적으로 수행하다가 용역비용 절감 차원에서 사업자가 자율 시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2011년 이동통신 3사는 전파진흥협회와 전자파강도 측정 업무 협약을 맺어 협회에 업무를 위임했다.

전파진흥협회는 위임업무를 제3자에게 재위임할 수 있다는 협약 내용을 근거로 (주)알윈이라는 회사를 선정해 지금까지 재위임 형태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KT는 자회사 지원 차원에서 협약에서 탈퇴, 자회사인 KT이엔지코어에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속적으로 협회에 전자파강도 측정 업무를 위임하고 있고 그 업무는 여전히 알윈이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전파진흥협회와 알윈간의 계약형태다.

알윈은 2010년 8월 설립된 전기통신 공사업체다. 전파진흥협회와 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아무런 경험이나 실적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선정 경위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전파진흥협회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전자파강도 측정 업무를 알윈에 일괄 하도급 형태로 재위임하고 있다.

통신공사 업계에 따르면 전자파 강도측정 업무는 장비만 있으면 쉽게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것이 공사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도 감사에서 “전자파 강도측정 용역에 대해 측정장비를 보유한 업체면 누구나 수행할 수 있어 계약의 존속 필요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간 수십억원 규모에 난이도도 높지 않은 사업이지만 전파진흥협회는 올해까지 무려 8년간 단 한차례의 공개입찰도 시행하지 않고 장기계속 계약 형태로 알윈에 전자파강도 측정 업무를 위임했다.

독점에 대한 문제들이 불거지며 SK텔레콤에서 몇 차례 전파진흥협회 위임이 아닌 별도 업체를 통해 측정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협회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역시 알윈 단독이 아니라 내부 경쟁 도입 차원에서 복수업체에 의해 업무수행을 협회에 요구했지만 협약서 변경 등을 이유로 결국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 368억원 상당의 전자파 강도 측정 업무 용역을 최초 사업자인 알윈이 독점, 수행하게 됐다.

특정업체가 아니라 다수 업체를 선정하더라도 전파진흥협회의 수입에는 아무런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통사가 협회에 위임한 물량에 한해 재위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파진흥협회 입장에서는 공개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해야 잡음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알윈에 장기간 수의계약을 진행해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알윈과 협회간 유착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공사업계 관계자는 “수천만원 사업만 해도 공개입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연간 수십억원의 계약을 공개입찰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수년간 지속해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정부 기금사업이던 민간 계약이건 대부분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통상 협단체의 경우 외부 감사가 아니더라도 자체 검사역 등을 통해 규정에서 벗어난 것들은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전파진흥협회는 이 같은 시스템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알윈의 사장인 안창엽씨의 경우 전파진흥협회 회장단의 부회장으로 등록돼 있다. 통상 협회의 회장사, 부회장사는 다른 회원사에 비해 더 많은 회비를 납부한다. 단순 용역업체가 부회장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역시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장기 수의계약으로 획득한 수익의 일정부분이 회비라는 명목으로 다시 전파진흥협회에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과기정통부의 감사가 시행되자 전파진흥협회는 알윈을 임원명부에서 제외했다.

전파진흥협회서 해당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구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1년 전파진흥협회와 이통사간 협약당시 SK텔레콤의 관련 업무 팀장이었던 K씨는 SK텔레콤 퇴직 후 전파진흥협회의 담당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해당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담당 Y팀장도 계속해서 해당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공사업계에서는 이 두 사람이 사실상 알윈과의 독점 계약이 가능하게 한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공사업체 한 관계자는 “알윈이 K, Y씨의 회사인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라며 “회사 업무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끌어들여 처리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파진흥협회와 알윈간의 수상한 거래가 계속되며 공사업계에서 불만들이 속출하자 결국 과기정통부가 감사에 나섰다. 협회 출범 후 정부는 전파진흥협회에 대해 단 한차례도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 감사를 통해 과기정통부는 전파진흥협회에 경쟁입찰을 통해 계약할 것을 통보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에도 협회와 알윈간 거래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조사를 진행하고 개선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협회와 민간기업간 거래인만큼 적극적인 징계는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수사의뢰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자 전파진흥협회는 올해까지만 알윈과의 계약을 유지하고 내년부터는 경쟁입찰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조달청을 통해 입찰하고 특정 업체가 아닌 복수 업체로 바꾸고 계약기간도 조정하기로 했다. 문제로 지적된 인사문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한편, 알윈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15년 매출은 91억8900여만원이다. LTE 투자가 본격화 되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3억20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58%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44억9800만원이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매출 55억2100만원, 영업이익 8억8700여만원을 거두었다. 연도별로 전자파강도 측정 업무 물량이 달라질 수 있지만 업무 난이도 등을 감안할 때 상당한 고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주주는 안지혜씨가 70%, 안지원 25%, 조규원 5% 등이다. 대표이사인 원은성씨와 사장 안창엽씨는 1%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세간에는 가족경영 회사로 알려져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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