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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인재 KT 통신마비 이유 셋 “비용절감, D등급, 안전불감증”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서울지역 약 25%에서 통신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지난 주말 일부 서울지역은 통신 블랙아웃 시대를 목도했다.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벽한 복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난 25일 황창규 대표<사진>가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보상을 밝혔지만, KT를 향한 정부와 국회 질타는 이어졌다.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사례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비용절감을 위해 국사효율화를 추진했고, 안전설비도 미비한 D등급 통신시설에 많은 장비를 집중시켰다는 것. 막을 수 있었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예견된 인재라는 주장이다.

김종훈 의원(민중당)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D등급이라는 이유로 중요한 시설에 제대로 된 소화시설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며 “현장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고, 근로자 2명과 소화기 한 대만이 있었다”고 질타했다.

왜 KT는 아현지사 통신구를 이렇게 방치했던 것일까? 이유는 ‘D등급’에 있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A~C등급 80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전수 점검한다. 전체 835개 D등급 통신시설 중 하나인 KT 아현지사는 정부가 아닌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곳이다. 통신구가 500m 미만이라 스프링클러 의무화도 지정돼 있지 않다.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즉각적인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다.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은 “아현지사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만, 통신관로는 외부시설이라 소방법 규정을 따랐다”며 “이 또한 KT 시설이지만, 국사와 통신구를 연결하기 때문에 외부에 있다”고 설명했다.

오 사장은 통신구 50m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있다며 운용기준을 밝혔지만,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중요하지 않은 시설로 구분된 D등급 통신시설 화재 여파가 컸던 까닭도 살펴봐야 한다. 비용절감을 위한 KT 국사 효율화 작업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KT가 민영화 후 통신 공공성 개념보다 수익 극대화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장비를 집중시키게 됐고, 장비를 뺀 건물은 매각하거나 임대사업으로 활용했다”고 꼬집었다. 또 “민영화 기업인만큼 수익 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공공성 추구와 충돌할 수 있고, 관리감독하는 과기정통부는 둔감하게 대응해 이런 사고가 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유영민 장관은 KT 과실에 무게를 뒀다. 유 장관은 “D등급은 군이나 구, 일부 지역에 피해가 크지 않은 쪽에 두고 통신사 자체적으로 점검하도록 맡겨놨었다”며 “KT가 국사효율화를 통해 D등급인데도 많은 것을 집중시켰다. 말하자면 용량을 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D등급이라는 이유로 소화시설에 추가투자를 하지 않았던 만큼, 백업체계도 공백상태였다. 이날 오성목 사장은 아현지사 통신구에 광선로 백업이 미비했다고 진술했다. D등급이라 다른 루트로 이원화하지 않아 복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루트를 이원화하려면 대규모 토목건설과 광케이블 건설 등 비용을 수반한다. 이에 이번 사건 직후 50% 가입자만 우회루트로 서비스를 연결하고, 나머지 절반 고객은 불통사태를 겪어야 했다.

오 사장은 “우회루트는 장애 발생 때 다른 전화국으로 우회하는 것을 의미하며, 용량 자체가 50% 초과하기 어려워 나머지는 직접적으로 했다”며 “화재로 인한 통신국사 내 서버와 장비 손실은 없고, 연기로 인해 일부 장비에 분진이 쌓인 경우 고객 협의 후 클렌징 작업을 통해 복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과기정통부는 망 효율화를 위한 국사 집중화와 망 이원화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KT뿐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일정 회선 수 이상이면 전부 이원화할 수 있도록 근본 대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날 통신마비에 대한 KT 태도에 대한 질책도 오갔다. 지난 4월 2시간 정도 발생한 수도권 LTE 장애에 대해 SK텔레콤은 730만명 고객에 1인당 600~7300원을 보상했다. SK텔레콤은 가입자수와 보상규모를 즉각 발표했으나, KT는 피해규모에 대해 바로 공개하지 않고 우왕좌왕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D등급인 아현지사는 국사 효율화 이후 이보다 높은 등급으로 산정될 수 있음에도 그대로 관리·운영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유 장관은 제대로 등급을 조정·관리 못했을 수 있다며 인정했다. 과기정통부는 D등급을 포함한 통신시설을 종합점검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백업체계도 없고, 500m 미만이라 스프링클러도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엄청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IoT 기술을 그렇게 자랑해 온 KT는 자동감지 및 우회기술 정도는 만들었어야 했다. 현장에 가보니 모든 문제가 다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응책으로 과기정통부는 ▲통신재난 대응체계 정비 ▲실태점검 대상 확대 ▲화재 방지시설 설치범위 확대 ▲통신사 간 협력체계 구축안을 내놓았다. KT도 전국 네트워크 시설 특별점검 및 상시점검을 강화하고, 비의무지역에도 스프링클러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관련해 현재 계획 수립 중이다. 소방법상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해서도 CCTV, 스프링클러 등은 계획 수립 즉시 최단시간 내 설치할 방침이다.

KT는 “오전 11시 기준 인터넷 회선 98%, 무선 2833개 중 84%인 약 2380개 기지국이 복구됐다”며 “향후 재해 발생 때 과기정통부 및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과 협력을 통해 피해 최소화 및 대응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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