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기술사법’ 논란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소프트웨어(SW) 설계는 기술사만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술사법 개정안이 결국 철회됐다.

법을 대표 발의한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특별위원장 겸 정보통신특별위원회 위원장, 대전 유성을)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SW업계를 비롯한 관련 업계 간 업무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9일 이 의원을 비롯해 이종구·송희경 의원 등 14명이 발의한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자격증이 없으면 SW를 만들 수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국내 SW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기술사가 아닌 사람이 SW를 작성하거나 제작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SW 종사자들은 “창의적인 산업분야인 SW업계과 동떨어진 법안이 발의됐다”며 “역시 한국은 자격증의 나라”라고 비판했다. 지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는 시대인데,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SW를 만들 수 있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주요 SW 및 인터넷 서비스 기업 가운데 기술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고 가정했을 시 기술사가 없는 SW업체는 기술사를 신규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에게 기술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데 현실적으로 부담이 커진다. 또, 기술사 자격증이 없는 해외기업에서 설계한 SW 제품 역시 사용해선 안 된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과거에도 몇 차례 발의된 후 모두 폐기된 바 있다. 그만큼 SW산업계와 동떨어진 법안이었던 셈이다.

이번에도 입법예고 마감일(6일)을 하루 앞두고 결국 철회됐지만, SW업계에선 이러한 법안 발의가 반복될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이상민 의원은 “건설 분야의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라며 “SW분야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국회의원의 자신들의 실적 쌓기를 위해 법안발의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이 앞으로 SW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의 법안 발의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그래도 무관심보다는 이렇게라도 SW 산업 발전에 신경을 써주는 것이 긍정적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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