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금 우리 금융산업에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의 광풍이 거세고 불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강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금융서비스는 혁신성 못지않게 안정성도 중요합니다. 금융 IT인들이 항상 이 두 개의 가치를 균형있게 추구하기를 부탁드립니다.”
김광옥 금융IT혁신포럼 회장(사진)은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마감하고, 다가오는 2019년 신년을 맞이하여 <디지털데일리>와 금융IT 혁신을 주제로 지난 19일 대담을 가졌다.
먼저, 김 회장은 “최근 국내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전산 중단 사고가 있었고, 곧이어 KT의 통신구 화재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단절’의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비록 긴시간은 아니었지만 신용카드 결제가 안되고, 인터넷뱅킹이 중단되며 SNS가 불통되는 상황에 국민들이 심한 고통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방식이 이미 깊게 디지털화됐기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회장은 이어 “특히 이러한 고통은 반드시 금융서비스의 중단이 동반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우리 금융권이 매우 중대하게 인식해야 할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서비스는 절대로 끊어져서 안된다”는 게 김 회장의 지적이다.
현재 우리 금융권의 ‘디지털라이제이션’은 비대면채널 시대를 훨씬 뛰어넘어, 인공지능(AI)과 RPA(로보프로세스자동화)라는 보다 깊은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을 대체하는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회장은 “이제 우리 금융권에선 인공지능이 대고객 금융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고, RPA 기술이 여신, 외환 등 은행 후선업무를 조금씩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내년에 훨씬 빠른 속도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금융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항상 IT부문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놓는데, 이 기조에 AI와 RPA는 매우 부합하는 혁신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 1월부터 전자금융감독감독규정의 개정으로 국내 금융권에서도 사실상 ‘퍼블릭 클라우드’가 허용됐다.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민감한 고객정보도 외부 IT기업에 클라우드 방식으로 위탁 운영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금융권의 IT 인프라 운영 방식의 일대 혁신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금융정보가 가진 극도의 민감성을 고려한다면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르게 클라우드가 허용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하지만 어차피 시간의 문제였을 뿐 클라우드 시대로 전환되는 것은 불기피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철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하여 김 회장은 “클라우드 방식이 경제적 측면에서는 일견 혁신적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곳곳에 위험요소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외부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이전했을 경우를 가정한 IT 거버넌스의 확보, 외부 업체에 종속 문제, IT서비스 품질 확보 문제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김회장은 “향후 글로벌 기업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적용하게 되더라도 그 위에서 가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은 가급적 경험많고 실력있는 국내 금융 SW 기업들의 제품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은 “실력있는 국산 SW기업들과의 윈-윈 효과도 있겠지만 이와 동시에 클라우드 체계에선 국산 SW기업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예상치 못한 클라우드 전산장애에도 국산 SW업체들의 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논의와 함께,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해 금융산업의 경쟁지형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무한 경쟁시대에서 금융회사가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과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금융산업의 본질, ‘업의 본질’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금융산업의 본질은 ‘신뢰’이며, 아무리 디지털라이제이션이 된다해도 이는 절대 변하지 않는 가치”라며 “디지털금융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금융 IT인프라의 안정적인 운영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그 바탕위에서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혁신’, ‘고객이 공감하는 합리적 혁신’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금융산업의 성공적인 ‘디지털라이제이션’ 노력은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나아가서는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금융 시장에서의 성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디지털라이제이션 구현을 위해 보이지않는 곳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금융 IT인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