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카풀 멈춘다고 택시가 살아나나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요즘 택시를 타게 되면 기사에게 먼저 말을 붙여보게 된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개인택시기사는 70대 노인이었다. 새벽 5시에 출근한다. 경기도에서 청와대, 국회로 새벽에 출근하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서다. 하루 13시간 동안 운전을 한다. 이날 택시로 번 돈은 13만원 남짓이다. 이 중 5만원은 택시 가스비로 나간다. 얘기를 듣다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들은 분명 사회적, 경제적 약자다. 나이 때문에 받아주는 직장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택시 운전대를 잡은 기사도 적지 않다.

다만 안쓰러움과 서비스 품질은 다른 얘기다. 택시에서는 묵은 담배 냄새가 난다. 기사는 귀가 어두워 얘기를 잘 듣지 못했다. 운전 중에 앱을 조작하는 것이 영 불안하다. 전화가 오자 핸들을 잡고 양 손을 바꿔가며 전화를 받는다.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이 역시 일반적인 택시의 인상이다.

고령화와 서비스질 저하는 서로 맞물리는 악순환이다. 구조적으로 택시기사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없다. 친절하게 대한다고 승객과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다. 난폭운전과 승차거부가 수입을 늘린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택시업계도 현재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들어간다. ‘승객 불편 사항이었던 불친절 행위 근절을 위해 자정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안은 나온 적이 없다. ‘연말연시 서울 지역에 계도 활동을 집중 투입’ 정도가 전부다. 여론은 이를 비웃는다. 택시기사 절반 이상이 60대를 넘는 고령이다. 자정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동정 여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1,2,3차 집회 모두 그들만의 잔치다. 택시업계 30만명이 다 모여도 마찬가지다. 여론은 ‘택시 파업을 더 하라’고 부추긴다. 파업 취지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도로가 쾌적해진다는 의미다.

우버 퇴출 이후 5년, 택시 서비스는 바뀐 것이 없다. 어차피 우버를 막고, 콜버스를 막고, 카풀을 막아도 택시 대안은 계속 나온다. 하다 못해 자율주행차도 근 10년 내에는 도로를 달릴 것이다. 위기가 카풀 등장으로 온 것이 아니고, 이미 와 있는 위기를 카풀이 부각할 뿐이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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