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NHN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무엇이 다를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의 성남시 판교 사옥 ‘플레이뮤지엄’에서 차를 타고 2분 가량 이동해 ‘플레이허브’에 도착했다. 플레이허브는 주차장, 데이터센터 등이 있는 NHN엔터의 또 다른 사옥이다.
당초 직원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이 건물은 NHN엔터의 차세대 주력 사업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기반이 됐다.
플레이허브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정식 명칭은 ‘TCC(토스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다. NHN엔터의 클라우드 서비스 브랜드 ‘토스트’를 따서 지었다. 2015년 8월에 완공된 TCC는 도심형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지향한다. 접근성이 용이한 판교테크노밸리에 소재해 서울 중심에서 재해복구(DR) 센터 구성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타 데이터센터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랙(서버 등 IT장비를 탑재하는 선반)당 40암페어(8.8KW)의 전원을 공급해 적은 공간에 많은 장비를 탑재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 냉각 등 공조시설을 비롯해 도구 없이 장비 설치 및 이동이 가능한 블랭크판넬 등 자체적으로 설계, 구현한 세심함이 곳곳에 눈에 띈다.
특히 특허 등록한 간접 기화 냉각 방식으로 IT 장비의 냉방에 최소의 전력을 사용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서버 등 IT장비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기와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열교환 방식으로 바꿔 내부 온도를 낮추는 원리다. 이를 통해 외기에 의한 오염 및 습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았다.
센터 안내를 맡은 김주환 인프라운영팀 기술 리더(수석)는 “당초 자체 서비스 지원을 위해 마련한 데이터센터이기 때문에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고집적 인프라 및 다양한 기술 및 방법론을 직접 구현하며 최적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지하 2층의 전기실에도 이같은 노력이 반영됐다. 홍수, 태풍, 화재 등 천재지변이나 비상 시 외부로부터 전력 공급이 단절될 경우에도 몇 초 내에 전력공급이 가능한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가 눈에 들어온다. 축전지에 의존하는 기존 스태틱(Static) UPS와는 달리 일체형 전동기, 발전기에 클러치를 걸어 디젤 엔진에 직결한 형태로 전력 공급이 가능한 다이내믹 UPS를 도입했다.
UPS에는 커다란 쇳덩이가 달려 움직이고 있다. 쇳덩이의 관성을 이용한 운동에너지를 발전시켜 전기가 끊겨도 수초 이상 전기공급이 가능하다. 2곳의 변전소(동판교/서판교)에서 들어오는 2만2900볼트의 전력이 380볼트로 변압돼 서버룸에 공급된다.
6층으로 올라가자 상황실과 서버룸이 보인다. 상황실에는 약 16여명의 인력이 데이터센터 전체 운영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상황실의 모니터링 환경 역시 직접 제작한 것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수집, 분석돼 운영 환경을 최적화시킨다. 전력 예비 용량이나 데이터센터 내 온도, 습도, 풍량 뿐만 아니라 공기 내 수분량(절대습도)까지 체크한다. 서버룸 내의 공기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김 팀장은 “사이크로닉 차트를 채용해 설정한 범위 내에 점이 들어와 있으면 정상 작동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이는 보다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보통 데이터센터의 서버룸 내부 온도는 미국공조협회에서 권장하는 18~27℃, 습도는 60% 미만으로 유지한다.
이를 사각형의 점으로 둘러싸 표시해 놓으면, 각 서버룸의 온도 및 습도는 항상 이 범위 내에 들어와 있다. NHN엔터의 경우 현재 22~23℃로 서버룸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지표를 차트에 따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약 600평 규모의 서버룸은 총 8개로 나눠져 있다. 서버룸 하나는 다시 2개의 방으로 구성된다. 방마다 랙이 빼곡하게 차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42U 높이의 랙 대신, 이보다 높은 58U(3m 높이)의 랙을 채택했다. 더 많은 장비를 채워넣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IT장비 짧은 수명주기를 고려해 19~23인치의 가변폭 랙을 채택했다. 일반적인 IT장비는 19인치 랙에 맞게 출시되지만, 2011년부터 페이스북이 주도한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현재 21인치 랙도 폭넓게 활용되는 추세다.
김 팀장은 “보통 19인치 랙에는 3.5인치 하드디스크가 4장 꽂히는데, 21인치 랙에는 5장까지 가능하다”며 “최근 장비 사이즈나 모듈 구성이 다양화되면서 랙 넓이를 자유자재로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랙 장비의 하중을 고려해 이중마루 구조는 채택하지 않았다.
데이터센터 내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필수가 된 ‘컨테인먼트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컨테인먼트 시스템은 서버가 내뿜는 뜨거운 공기를 뒤로 내보내 차가운 공기와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공기 차폐장치다. 서버 앞면의 공기 압력을 좀 더 높게 해 뜨거운 공기가 다시 앞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랙의 빈 공간을 막는 것도 기존 알루미늄 섀시 대신 도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블랭크판넬’을 도입했다. 알루미늄 섀시를 사용하면 나사와 드라이버 등 별도의 도구가 필요하지만 딱딱한 스폰지 같은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은 블랭크판넬은 그냥 손으로 끼우기만 하면 된다. 불에 붙지 않는 소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알루미늄보다 가격은 비싸다. 이용자 편의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NHN엔터가 운영 중인 서버는 약 1만6000여대 수준이다. 이중 절반은 내부 서비스를 위한 것이다. 향후 3만대까지 운영이 가능하다. HPE, 델 EMC, 포티넷 등 다양한 IT장비가 눈에 띈다. 일부 서버룸은 공공 및 금융 분야 클라우드 고객이 사용하고 있다.
NHN엔터는 지난 2017년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으면서 국내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자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식 업체가 됐다. 공공 분야 특성상 다른 서버룸에 비해 출입절차 등 보안 등이 훨씬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서버룸 내 별도의 케이지가 있고, 케이지 내에서도 장비나 디스크 교체를 위해선 자물쇠를 풀어야 한다.
금융 분야 역시 최근 발표된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었다. 현재 KB금융의 협업플랫폼(클래용)이 이곳에서 프라이빗 클라우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서버룸에서 나와 옥상으로 올라가니 공조시설이 한 눈에 보인다. 자체 설계하고 주문 제작을 경남 밀양의 한 업체에 맡겼다. 김 팀장은 “우리가 원하는 설비를 만드는 곳을 찾기 위해 전국을 뒤졌다”며 “제작을 맡았던 업체는 NHN엔터의 레퍼런스(구축사례)를 인정받아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버실마다 공조 설비를 구성해 서버실 운영 온도를 개별 설정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NHN엔터의 전력효율지수(PUE)는 지난해 기준 1.33이었다. PUE는 전체 데이터센터 소비전력 가운데 IT장비가 쓰는 전력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1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이다. 1.33이라는 수치는 국내 데이터센터치고는 높은 편이다. 향후 이를 1.2까지 줄인다는 목표다.
김 팀장은 “오랜 기간 축적된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기업에도 안정적인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며 “자동화 및 타사 대비 10~30% 저렴한 비용을 바탕으로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 NHN엔터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판단, 인근에 제2 데이터센터 구축도 검토 중이다. 이미 부지는 확보한 상태다.
<판교(성남)=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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