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유료방송 재편 신호탄이 올랐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확정했다. 인터넷(IP)TV 점유율 3위 업체가 케이블TV 점유율 1위 업체를 먹었다. 유료방송 주도권이 통신사로 이동했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14일 LG유플러스와 CJ ENM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을 LG유플러스가 매입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CJ ENM은 CJ헬로 최대 주주다. CJ헬로 지분 53.92%(4175만6284주)를 보유했다. CJ헬로는 케이블TV와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등의 사업을 한다. 가입자는 2018년 기준 ▲케이블TV 419만9000명 ▲인터넷 78만3000명 ▲인터넷전화(VoIP) 45만9000명 ▲알뜰폰 78만6000명을 갖고 있다. 케이블TV와 알뜰폰 점유율 선두다.
LG유플러스는 CJ ENM의 지분 중 3872만3433주(지분율 50%)를 8000억원에 취득키로 했다. 양사는 이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CJ헬로 발행주식총수는 7744만6865주다. LG유플러스가 취득하기로 한 지분율은 50%지만 발행주식총수 기준 과반을 1주 초과한다. LG유플러스의 뜻대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최소 비용과 지분을 획득한 셈이다.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이혁주 부사장은 “CJ헬로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을 선도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정체되어 있는 방송통신 시장의 서비스 경쟁을 촉진해 본격화되는 5G 시대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지분인수는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방송통신 융합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유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기준 LG유플러스 IPTV가입자는 401만9000명 CJ헬로 케이블TV 가입자를 더하면 LG유플러스 유료방송 가입자는 총 821만8000명이 된다. KT그룹(KT IPTV+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
유료방송 구조조정은 전 세계적 추세다. 네트워크 진화는 유료방송이 가진 콘텐츠 유통 생태계 주도권을 약화했다. OTT(Over The Top) 플랫폼이 부상했다. 이들은 모바일에서 TV로 유료방송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콘텐츠 제작까지 겸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OTT가입자가 유료방송 가입자를 역전할 전망이다. 콘텐츠 업체도 OTT사업에 뛰어들었다. TV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스마트TV 이용자는 2018년 미디어 스트리밍 기기 이용자를 넘었다.
한국은 아직 유료방송이 강세지만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IPTV 가입자는 2017년 케이블TV 가입자를 제쳤다. 국내 IPTV 성장은 결합상품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유무선 통신상품과 결합해 요금을 줄이는 가입자가 대부분이다. 케이블TV는 상품 한계와 권역별 규제 탓에 결합상품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양사 이사회 결정은 각사 주주총회와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검토한다. 30일 이내에 인허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한편 SK텔레콤 KT 티브로드 딜라이브 현대HCN CMB 등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SK텔레콤 KT는 당장은 손해지만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합산규제 재도입 명분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2015년 CJ헬로를 인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려다 실패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성사할 경우 SK텔레콤 역시 케이블TV 인수 가능성이 높다. KT도 마찬가지다. 케이블TV는 막막하다. 케이블TV간 합종연횡은 지지부진하다. 통신사에 회사를 넘기려는 업체가 줄을 설 확률이 높다. 후순위가 될수록 가치는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