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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방 규제개선 실마리…‘공간’에서 ‘사람’ 중심으로 허가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공유주방’ 사업 활성화를 막고 있던 규제가 개선될 조짐을 보인다. 정부 당국이 한 공간의 주방에서 여러 명의 사업자가 등록을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추진한다. 다만 공유주방에서 제조된 식품을 개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에 납품하는 수준까지 규제가 풀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7일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홍종학)는 서울 강남구 드림플러스에서 ‘스타트업과의 동행 - O2O 규제 개선 아이디어 스타트업에게 찾는다’ 토론회를 열고 신사업 규제 개선을 논의했다. 행사에는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규제개선 건의자, 관련 부처 관계자, 전문가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공유주방은 상업용 주방과 설비를 갖춰두고 원하는 시간만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종의 소규모 식품 제조 공장으로 볼 수 있다. 요식업, 식품제조업 창업자 입장에서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을 통한 식품 거래 활성화에 따라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중 하나이며, 국내에서도 최근 관련 업체들이 다수 등장하는 추세다.

문제는 현행법상 다수의 사업자가 한 주방을 공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식품위생법은 식품제조업의 경우 별도의 방 또는 벽이 있는 ‘독립된 작업장’ 시설을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한 공간의 공유주방에서 여러 사업자가 사업을 신고할 수 없다. 공간 분할 등을 위한 시설 구축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된다.

공유주방 ‘위쿡’을 운영하는 더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대표는 “공유주방 사업이 국내에서 부딪치고 있는 문제는 하나의 공간에 한 사업자만 허용 된다는 것, 공간에 라이센스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위생 자격을 갖춘 개인에게 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위생 문제 때문이다. 여러 사업자가 있는 공동 공간에서는 식중독 등 병이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영업신고 등 행정절차 문제, 문제 발생 시 처분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상배 국장은 “행정 처분 대상을 공간 중심에서 영업자 중심으로 하는 것을 검토해 봤으나,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예를 들면, 남편이 장사를 하다가 처분을 받을 경우 부인이 이어서 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 유흥업소에서 이런 문제가 많았다. 또 제품 문제는 제작자가 책임지지만, 공동시설에서 발생한 문제는 시설 제공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배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주방 시설을 공유해 여러 사람이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시범운영도 해보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유주방 활성화를 막는 또 다른 규제는 제조된 식품을 ‘B2C(소비자대상거래)’로는 팔 수 있지만, B2B(기업대상거래)로는 팔 수 없다는 문제다. 고객에게 주문을 받으면 직접 배달 혹은 택배 배송은 가능하지만, 편의점 등 다른 유통업체에는 납품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문정훈 교수는 “외식산업과 식품제조업을 구분할 수 없는 융복합 시대다. 공유주방 규제가 풀리게 되면, 좋은 아이디어 레시피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시설 투자 없이 좋은 식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며 “지난 2015년 동네 참기름집 등 즉석식품가공제조업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고 세상이 달라졌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세상이 또 바뀌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상배 국장은 공유주방 제조 식품의 B2B 판매 문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식품 사고는 발생하면 국민들이 염려를 많이 한다. 작년 조그만 업체가 아닌 해썹(HACCP)을 갖춘 업체에서도 살모넬라균이 검출돼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이론적으로 쉽게 다가가는데, 간혹 규제를 풀려다 보면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움츠리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종학 장관은 “상황 장체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 식품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잠시도 소홀할 수 없는 분야. 정부 당국의 고민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범사업을 하고, 작은 규모에서 안전성을 점검해 개선책을 찾고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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