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 난 구글코리아 개발자 채용 행사…어떤 얘기 나왔나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구글코리아(대표 존 리)의 대규모 개발자 채용 소식이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구글이 국내 기업 개발자 인력을 대거 흡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필요한 개발자 인력을 구하는 것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네이버 한성숙 대표 역시 인터넷기업협회 행사에서 “글로벌 진출 목표를 이루는 데 현실적인 가장 큰 어려움은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글코리아(대표 존 리)는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위워크에서 리쿠르팅 이벤트 ‘OK Google!, 재능 있는 엔지니어를 찾아줘’를 진행했다.
이번 구글의 채용 행사에는 40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져, 개발자 인력난을 무색하게 했다. 행사를 기획한 원티드랩 측은 “원티드에서 단일 회사와 진행했던 리크루팅 이벤트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장에는 지원자 중 미리 초청장을 받은 200명의 지원자만 초대됐다.
이날 구글 인사 담당자 및 테크 리더들이 직접 참여해 직무와 채용과정을 설명하는 자리로 행사가 꾸려졌다. 구글 검색, 안드로이드 트레블 프로젝트, 안드로이드 미디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사물인터넷(IoT) 엣지 컴퓨팅 분야 테크 리더가 각 직무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구글코리아가 채용 중인 포지션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일반 소프트웨어 포지션과 기계학습(머신러닝), 엣지 컴퓨팅, 등 특화된 포지션으로 구분된다.
일반 소프트웨어 포지션은 코딩, 알고리즘, 전형적인 컴퓨터 사이언스,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해당 분야에 해박한 지식)를 필요로 한다. 프론트엔드, 백엔드, 디바이스 등 모두 다 지원할 수 있다. 특화 포지션은 도메인 날리지에 추가로 세부적인 특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입사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른 팀으로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직군을 경험해 볼 수 있게 지원한다. 국가간 오피스 이동도 자주 이뤄지는 편이다.
정확한 채용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설명된 직무와 관련된 포지션은 인원 충원이 확실시 된다. 구글 측도 “오늘 소개 받으신 부분들은 대부분 포지션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구글의 채용 과정, 어떤 단계로 이뤄지나 = 이날 발표에 따르면, 구글의 채용 과정은 크게 4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이력서 스크리닝(Resume Screening) ▲기술 면접 ▲온사이트 인터뷰 ▲구글 내 하이어링 커뮤니티(Hiring community)의 리뷰를 통과하면 구글에 입사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력서 지원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지원자가 직접 구글 채용 홈페이지에서 지원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채용 담당자가 직접 연락하거나 구글 내부 직원의 추천을 통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이후 나머지 절차는 모두 동일하다.
다음 단계인 기술면접은 ‘행아웃’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원격으로 진행된다. 구글 엔지니어와 화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구글독스’로 접속해 실시간으로 문제풀이를 한다. 주로 코딩, 알고리즘, 데이터 스트럭쳐 비중이 높은 테스트를 받는다.
기술 면접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구글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온사이트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된다. 45분의 인터뷰를 여러 차례에 걸쳐 받게 되며, 대체적으로 코딩, 데이터 스트럭쳐, 알고리즘과 관련된 문제를 푼다.
지원하는 포지션, 경력에 따라서 인터뷰의 횟수, 구성은 조금씩 달라진다. 예컨대, 신입 직원은 5번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스킬을 5번 테스트한다. 반면 머신러닝 경력자라면 소프트웨어 스킬을 3번, 시스템 디자인을 1번, 머신러닝 특화 이해를 집중해서 보는 라운드가 추가되는 식이다. 즉, 포지션별로 구글이 인터뷰 디자인을 달리 해 맞춤 인터뷰를 한다.
마지막 단계인 하이어링 커뮤니티 리뷰는 구글의 채용 단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요소다.
크리스틴 송 구글코리아 엔지니어 채용 담당은 “구글은 10만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직원 한명 한명의 입사가 가져오는 임팩트가 크다고 믿는다”며 “어떤 채용도 한 사람의 결정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여러 사람이 모여서 토론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하이어링 커뮤니티 리뷰는 한국 엔지니어와 무관한 중국, 호주 엔지니어가 패널로 참여하기도 한다. 인터뷰 퍼포먼스, 피드백, 경력을 보고 사내 토론을 통해서 채용하게 된다. 여기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 최종적으로 입사까지 이어진다.
◆구글에서 일하려면 영어 얼마나 잘 해야? = 구글 입사에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영어 실력이다. 온사이트 인터뷰 중 최소 1~2개 라운드는 영어로 진행된다. 입사 후 다른 국가 오피스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글로벌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 한국 직원들도 점심시간 등 업무 외 시간을 제외하면 전부 영어로 대화를 한다.
다만 인터뷰 시 필요한 영어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 구글 측의 설명이다. 또 엔지니어들은 공통적으로 쓰는 용어가 많아 크게 걱정할 요소는 아니라고 밝혔다. 문제를 설명하고 들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구글은 지원자가 고급 영어, 정확한 문법을 구사하는지를 보는 것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좀 더 보는 편이다. 본인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지, 앞으로 영어를 얼마나 잘 배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구글 관계자는 “입사 후에도 본인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굉장히 많은 교육 지원이 있다. 영어 잘하냐, 못하냐가 아니라 잘 배우려는 의지가 있으면 된다”며 “영어 때문에 겁먹고 지원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나이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통상 국내 기업의 경우, 연차나 경력이 긴 직원의 경우 채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날 참가자들도 ‘구글 엔지니어는 다 젊을 것 같다, 나이가 너무 많으면 제약이 있느냐’에 대한 궁금증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구글은 정말 객관적으로 실력만 갖고 뽑는 채용 절차가 있다. 어떤 편견도 없이 퍼포먼스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성과 관리를 한다”며 “나이나 다른 배경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구글은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는 다음 1년 동안 재지원이 불가능한 제도를 두고 있다. 구글에서 보기에 지원자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에 탈락이 된 것이고, 이를 연습하고 계발하는 데 최소 1년은 필요하다고 보는 것. 탈락한 전적이 있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해에 걸쳐 2~3번 시도해 입사하는 사례도 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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