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日 수출 규제, 핵심은 ‘에칭가스’…韓 업계 “공급처 다원화 기회”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첨단 소재 수출 규제가 발동됐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비상이다. 특히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가 문제다.

지난 4일 NHK,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날부로 한국에 에칭가스를 비롯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등의 수출 제한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다.

3종 소재 모두 중요하지만, 에칭가스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에칭가스는 강한 독성과 부식성이 있는 기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의 패턴대로 깎아내는 ‘식각’과 ‘세정’ 작업에 활용된다.

에칭가스는 일본 스텔라케미파, 모라타화학공업 등이 글로벌 공급량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후성, 원익머트리얼즈 등이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일본 업체에 원재료를 수입, 합성 정제해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구매 담당자들을 일본에 급파했다. 일부 업체들은 에칭가스 재고가 한 달 분량도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영향이 있다. 세척 단계에서 에칭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폴리이미드의 경우 종류가 다양해 대체품을 찾을 수 있다”며 “에칭가스는 당장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광제도 국산 제품으로 일부 대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확실히 긴급한 상황은 맞다”면서도 “반대로 생각하면 공급처 다원화할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동안 준비해온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반도체 소재 등의 개발을 우선 예산사업으로 선정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2020년부터 10년 동안 1조원을 투입하는 사업은 이미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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