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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 안고 ‘방통위 징벌방’ 들어가자는 LGU+, 단통법 역사상 처음 “속내는?”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를 불법보조금 살포 혐의로 규제당국에 신고했다. 한 통신사가 경쟁사를 불법보조금을 이유로 신고한 사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사상 최초의 일이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24일 방통위에 단통법 제13조에 따른 실태점검과 사실조사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실상 방통위의 시장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최근 5G 단말은 공짜폰을 넘어 현금을 도리어 주는 마이너스폰으로 전락했다. 지난 주말에도 일부 유통점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를 할부원금 0원에 풀고, LG전자 ‘V50씽큐’의 경우 10만원 이상 현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었다.

이는 SK텔레콤과 KT의 불법보조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LG유플러스도 불법보조금 난타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가 경쟁사를 신고하면서까지 규제당국의 개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LG유플러스는 ‘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5G 상용화 이후 통신3사 마케팅 경쟁이 과열구도로 이어지고 있는데, 가입자를 뺏기 위해 과도하게 뿌리는 불법보조금을 통한 출혈경쟁은 지양하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는 “기본적으로 시장안정화가 필요하다. LG유플러스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KT가 5G 초기에 1위를 하려고 지인판매 등을 내세웠고 SK텔레콤이 맞대응하면서 경쟁전이 촉발됐다”며 “불법보조금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5G가 성공적으로 안착됐으니 방통위가 시장안정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돈(불법보조금)을 쓰면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은 성과에 비해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불법보조금으로 시장을 흐린 통신사 중 한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안정화를 꾀하자며 규제당국을 끌어들인 것이다. 이는 LG유플러스의 다급함으로도 비춰진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는 5G 시장점유율 30%를 공언했다. 실제 29% 5G 점유율까지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됐고, 올해 2분기 전망되는 LG유플러스 실적은 쇼크에 가깝다. 시장전망평균치(컨센서스) 영업이익의 경우, LG유플러스는 1797억원이다. 그런데, NH투자증권 등에서 예상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8.7% 급감한 1505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한다.

이에 더해 8월 ‘갤럭시노트10’, 9월 보급형 5G 스마트폰 ‘갤럭시A90’ 출시가 예고돼 있다. 새 단말에 맞춘 마케팅 비용이 집행돼야 하고 기존 5G 단말인 갤럭시S10 5G‧V50씽큐 재고정리도 시작돼야 한다.

최소 오는 9월까지 내리 비용을 쏟아가며 마케팅전을 펼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총알은 떨어져가고,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LG유플러스만 이 경쟁에서 빠진다면 겨우 올려놓은 시장점유율은 도루묵이 된다.

이번 LG유플러스 신고를 두고 SK텔레콤과 KT가 경쟁사 발목 잡기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이유다.

통신사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새로운 단말이 나오기 전 통신사 손발을 묶으려고 한다. 2분기에 이어 3분까지 실적이 악화되면 대표 평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KT 턱 밑까지(점유율) 따라왔으니 3사 발을 다 묶고 역전의 기회를 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또 “한 통신사는 갤럭시노트10에 주력하기 위해 총 공세를 펼치기로 했는데, LG유플러스가 태클을 거는 것”이라며 “물론 한 곳이 불법보조금을 쓰면 모두 대응해야 하는 현 상황에 비용 부담과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다 같이 죽자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한편, 방통위는 LG유플러스 신고에 대해 통신3사 모두 조사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필요한 시점에 실태점검‧사실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정부가 주창하는 5G 활성화를 위해 조사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용일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일로, LG유플러스가 신고했다 해서 SK텔레콤과 KT만 조사하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방통위는 1~2곳이 법을 지키지 않고, 다른 한 곳은 법 위반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3사 모두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조사나 실태점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 본 후 판단하겠다”며 “현재 불법보조금과 관련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졌던 과열이 과거와 비교해 전국 규모로 확산되지 않았다고 보며, 일부러 조사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 하겠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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