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주변에서 핵심으로"…빠르게 변신하는 금융IT 자회사

박기록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 발간한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2019년 특별호'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편집 사정상 책에 일부 내용은 시점을 고려해 수정됐으며, 책에 게재된 <표>는 온라인 기사에서는 게시하지 못함을 양해드립니다 .
사진 = 하나금융티아이
사진 = 하나금융티아이

- 금융그룹 통합IT 전략 강화로 SSC 역할 새롭게 부각
- 금융권 멀티 클라우드 추진, ‘클라우드 센터’로 역할 기대
- 글로벌 지원 강화, IT전문인력 육성 등 활동반경 확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이상일기자] KB국민은행 CIO를 거쳐 2018년 말까지 KB데이터시스템 사장을 지냈던 김기헌 대표는 사견을 전제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회사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KB클라우드센터’ 같은 걸로 말이죠.”

물론 김 전 사장이 말한 클라우드센터는 요즘 말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는 다른 의미다. KB데이터시스템이 KB금융 계열사들의 IT아웃소싱을 제공하고, IT 혁신 신기술을 지원하며, 또 IT인력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이 확대되고있는데 기존 회사명으로는 이런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었다.

‘금융 IT자회사’.
국내 금융 IT계열사들의 이름을 이렇게 통칭해버리는 것은 사실 문제가 있다. 일단 시대적 함의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들이 현재 제공하는 있는 IT서비스의 역할과 위상에도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30년전, 출발선에 섰을때의 ‘조연’이 아니라 이제는 점차 ‘코어’로 이동하고 있다.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급여나 복지수준도 상당히 좋아졌으며, 직원들의 성취도와 자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국내 금융IT 자회사 모두가 동일한 상황은 아니다. 아직도 조연에 머무르는 회사도 있고, 그룹내에서 '블루칩'으로 변모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금융IT 자회사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룹의 ‘디지털전환’ 전략을 주도적으로 선도하는 회사,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금융 차세대시스템의 주사업자 역할을 수행하는 등 괄목할만한 대외사업 성과를 보이는 회사도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IT 시장에 진출해서 고품질의 디지털뱅킹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도 있고, 최근에는 중장기적으로 ‘금융 클라우드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기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회사도 있다. 물론 금융IT 회사가 추구하는 제1의 가치는 변화지 않았다. ‘모 그룹의 IT경쟁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IT 자회사로는 우리FIS(우리금융), 하나금융티아이(하나금융),신한DS(신한금융), IBK시스템(IBK기업은행), KB데이터시스템(KB금융), BNK금융(BNK금융), DGB정보시스템(DGB금융)등이 존재한다. 이들 IT자회사들은 태생적으로 모 은행의 IT지원조직으로 출발했기때문에 서로간에는 경쟁의식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많은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경쟁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지향적 가치’ 반영… 하나금융티아이 · 신한DS 등 개명

최근 몇년 새 금융IT 자회사들 중에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혁신성의 가치를 담은 이름으로 개명한 회사가 있다. 형식이 실질을 지배할수도 있듯이 이름이 바뀌면서 회사의 역동성이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하나금융그룹 IT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대표 유시완)는 지난 2017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티아이는 IT를 거꾸로 읽은 것인데, 거기에는 ‘본질을 바꿔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제는 IT가 먼저 금융을 이끌고 선도한다’는 관념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직원수 700명에 달하는 하나금융티아이는 앞장서 그룹의 IT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계열의 신한DS(대표 유동욱)는 지난해 5월, 기존 신한데이터시스템에서 개명했다. DS는 ‘Digital Solutions' 이니셜이다. 개명과 함께 자사의 비전과 정체성을 재설정했다. ‘디지털 솔루션 크리에이터’(Digital Solution Creator)가 그것이다.

하나금융티아이의 직전 이름은 ‘하나아이앤에스’(I&S)였다. 그룹 IT아웃소싱 서비스 공급사로의 ‘기술전문회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앞서 하나아이앤에스로 개명되기전의 이름은 더 직관적이었다. 서은시스템이었다. 지난 2000년대초, 하나은행과 합병한 서울은행은 IT자회사를 따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 이름이 1990년 설립된 서은시스템이었다. 풀어보면 ‘서울은행 IT를 지원하기위한 IT자회사’라는 뜻이다. 회사이름 자체가 곧 내용(역할)이다.
사진 = 우리FIS
사진 = 우리FIS

예전에는 회사 이름이 거의 다 이런식이었다. 지금은 우리FIS(에프아이에스)로 부르지만 원래는 우리금융정보시스템(Woori Financial Information System)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이며, 지금은 그 이니셜로만 부르고 있다. 참고로, 우리금융정보시스템 개명전의 이름은 ‘한빛은시스템’이었다. 한빛은행이 2000년에 우리은행으로 개명하기전까지 사용했는데 역시 이름 그대로 ‘한빛은행의 IT자회사’라는 뜻이다. 물론 더 들어가면 한일은시스템(한일은행 IT자회사), 상은시스템개발(상업은행 IT자회사)의 합병 스토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빗장풀린 금융 클라우드, 금융IT 자회사 역할 주목

금융IT 자회사들의 역할이 디지털전환 시대를 맞이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그룹의 ‘디지털 및 IT지원 역량’의 강화다. 올해부터 우리FIS를 새롭게 맡은 이동연 대표 등 IT자회사의 신임 CEO들의 면면을 보면 그룹내 중량감이 있는 인물들로 수장들이 바뀌고 있다.

현재 금융 IT계열사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SSC(Shared Service Cent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3~4년후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이 일반화될 경우, 기존 금융회사 자체의 IT운영전략에서 탈피, 그룹 차원의 ‘하드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으로 전환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그룹 핵심 IT업무를 SSC방식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비핵심업무는 외부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IT 자회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의 IT자회사도 외부 ‘클라우드 사업자’(CSP)자격을 얻어 ‘금융 물리적 망분리’의 예외를 인정받으면서 그룹 계열사들의 IT아웃소싱 서비스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된다.

특히 ‘멀티 클라우드’ 전략의 중요한 파트너로써 IT자회사가 새롭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부 반발때문에 SSC방식으로 그룹 IT조직을 물리적으로 통합하기가 쉽지않다 하더라도 IT자회사의 역량을 키우고, 역할을 확대시키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금융IT자회사, 향후 ‘글로벌 뱅킹’ 지원에도 중요한 역할

최근 거센 ‘디지털전환’ 기조와 맞물려, 그룹의 핵심 IT서비스 제공자로써 금융 IT자회사의 역할 모델은 새롭게 정립되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오픈아키텍처 기반의 ‘표준 글로벌뱅킹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고, 우리은행도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클라우드센터’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표준 글로벌뱅킹시스템’이 완성되면 인천 청라 데이터센터에서 원격으로 전세계 하나금융 뱅킹시스템을 관리, 운영하는 체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할은 하나금융티아이가 주도적으로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클라우드센터’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현실적으로 그룹 SSC역할을 수행하는 우리FIS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아직 SSC 방식의 통합 IT전략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타 금융그룹들은 클라우드 전환과 관련해 하나금융티아이, 우리FIS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된 경쟁력' 고심하는 금융IT 자회사

꼭 클라우드 얘기가 아니더라도 ‘디지털전환’이 금융권의 핵심 아젠다가 되면서 IT사업 및 그룹 IT분야의 통합구매 및 기술검증에 초점을 맞춰졌던 금융 IT계열사들의 전략도 덕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의 IT자회사인 IBK시스템은 지난 수년간 굵직 굵직한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여럿 수주하면서 금융권의 주요 IT서비스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했다. 특히 지난해 서형근 대표 부임이후 원가가 보장되지않는 대외사업은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원가관리까지 철저히하면서 외형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KB데이타시스템은 KB금융그룹의 SSC 역할로써, 또 향후 클라우드 센터로의 실질적인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B금융그룹은 그동안 KB데이타시스템 사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한 사례가 드물었다. 올해 최재을 대표를 외부 영입한 이유에 대해 KB금융측은 “그룹내 계열사의 차세대시스템 본격화, 그룹 IT SSC로서 공동사업 발굴, 프라 지원이 필요한 상황 등 여러 측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의 IT계열사인 신한DS는 지난해 5월, 기존 신한데이터시스템에서 사명을 변경했으며, 그룹의 IT지원 역량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클라우드사업팀을 신설했으며 이미 AWS와 협력해 그룹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한DS는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의 유동욱 대표가 이끌고 있다. 유 대표는 지난해 12월, 최대 규모로 진행된 신한금융그룹 인사태풍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인정받아 유임에 성공했다. 신한DS의 행보 중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은 신한금융이 최근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신남방 지역에서의 글로벌사업이다. 지난해 7월 베트남 호치민에 신한DS 현지 법인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지방 금융그룹의 IT계열사인 BNK금융그룹 계열의 BNK시스템과 DGB금융그룹의 DGB정보시스템은 그룹 차원에서 분출되고 있는 디지털 및 IT 요구사항을 안정적으로 제때 지원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BNK시스템은 올해 BNK금융지주 부사장 및 부산은행 CIO를 역임한 오남환 대표가 선임되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오 대표는 그룹내 중량감있는 인사로 꼽힌다. 특히 BNK시스템이 올해 상반기 ‘클라우드 내재화’를 위한 사업을 공식 추진하면서 지난 수년간 BNK금융그룹의 주요 IT현안이었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IT표준화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DGB금융그룹 계열의 DGB데이터시스템은 사실 올해가 새롭게 출발하는 원년이다. 새 경영진이 구성되는 등 DGB금융그룹의 조직이 안정되면서 그룹차원의 디지털 혁신사업들도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DGB금융그룹은 올해 DGB데이터시스템 사장에 김형식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대구은행 지점장을 역임한 김 대표는 올해 그룹 인사에서 승진 발령됐으며 현장감이 뛰어나고 소통에 능한 현업 출신의 장점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DGB금융과 BNK금융그룹 모두 지역에 소재해있어, 그동안 IT개발 인력 수급에 항상 애로를 겪어왔다. 이러한 약점을 타개하기위해 두 회사는 모두 IT전문인력 육성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있고, 산학협력의 범위도 폭넓게 확장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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