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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인 “정치는 갈등이지만 경제는 협력해야”…감정 배제 촉구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한국과 일본이 강제노역, 수출규제 등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양국의 경제인들이 머리를 맞댔다. 정치는 갈등 속에 있지만, 경제는 협력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2일차 세션이 개최됐다. 한일경제인회의는 지난 1969년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양국의 대표적인 민관합동회의다.

이날 오전에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의 사회로 이우광 농심 사외이사,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 장제국 동서대학교 총장, 모리야마 토모유키 한국미쓰이물산 사장이 참석했다.

좌장을 맡은 염 의장은 “최근 특별히 한일관계가 주목받고 있는 이 시기에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가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를 양국이 끌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사외이사는 양국이 베트남 등 제3국에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일 기업은 건전한 경쟁 관계 속에서도 협력을 모색할 여지가 있다. 이미 제3국 합작사업 추진의 성공사례 다수”라며 “아세안 지역의 경우 신남방정책을 중심으로 활동을 강화 중인 한국과 기존 영향력 높은 일본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접점이다. 신사업 발굴, 인력 육성 등의 윈운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데히코 연구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양국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대일, 대한의존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두 나라는 단순한 무역 관계가 아닌 서플라이 체인 속에 있다”면서 “한일은 상호보완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 추세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제조업 거점을 옮기려 한다. 이 부분에서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장 총장은 기성세대 가진 한일 감정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갈등을 기성세대가 극복하기는 어렵다. 젊은 세대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기존과는 다른 사고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도 교류 프로그램, 한일 인턴십 등 두 나라 젊은이들이 교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모유키 사장은 한일관계 정상화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내 희망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양국 관계의 정상화다. 양국 정부 간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일부 자치단체의 교류중단 발표, 불매운동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기업인으로서) 조약은 지켜야 하며 감정이나 국민정서를 내세워서는 입장차를 좁힐 수 없다”며 “비즈니스는 나중에 사회문제가 있어도 지켜야 한다. 그 후 수정, 추가해야 할 부분을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전날 열린 1일차 세션에서는 경색된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은 “양국은 숙명적 이웃으로서 서로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세계시장에서 선의로 경쟁하면서, 최대한의 협력을 통해 공존공영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은 “경제와 정치·외교가 자동차의 두 바퀴라는 것, 양국 간에 정치·외교 관계의 복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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