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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1등 유지 vs 소·부·장 中企 육성, ‘딜레마’…中企, 자체 역량 배양 ‘우선’

윤상호
-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쟁력 유지 고려 필수…中企, 매출액 대비 낮은 R&D 비용도 문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출심사 강화가 도화선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연구개발(R&D) 5조원 이상 등 을 투자할 예정이다. 100대 품목 5년 내 공급안정성 확보가 목표다. ▲수입국 다변화 ▲국산화 ▲인수합병(M&A) 등을 거론했다. 이 가운데 국산화를 두고 논란이다. 특히 반도체가 그렇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어디까지 협력사를 지원해야 하는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세계 1위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2위 낸드플래시 3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면 경쟁력을 인정한다. 반대로 경쟁력이 있는 소재·부품·장비를 썼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세계 선두가 됐다.

소재·부품·장비는 기업(B2B)거래가 대부분이다. 경쟁력이 있어도 거래처가 없으면 소용없다. 한 번 채용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 검증과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채택하지 않는다. 수요기업 필요가 맞아야한다. R&D 단계부터 협업이 필수다. 핵심기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이에도 공유하지 않는다. 기술 격차가 곧 우위를 가르는 요인이다. 정부도 이 부분에 신경을 쏟는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 해외 수출 때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받아야한다. 기술을 침해하면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해야 한다. 불법 해외 유출을 하면 관련자는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처벌한다.

◆세계 최고 소·부·장 도입, 반도체 선두 유지 배경=딜레마는 여기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세계 선두라는 점이 문제다.

역설적이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최고 수준의 소재·부품·장비를 도입해야 한다. 이제 막 시작한 제품을 쓰기는 위험이 크다. 공동 개발한 소재·부품·장비는 독점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후발주자 추격을 뿌리치기 어렵다. 국산화를 할 경우 무조건 중소기업에 맡겨야 하는지도 관건이다. 수직계열화는 그동안 국내 제조 대기업 장점 중 하나로 꼽혔다.

반면 논란을 제기한 쪽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고객으로 두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관련 사업은 출발 자체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동 개발했어도 자유롭게 해외 판매를 할 수 있어야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수직계열화는 참여 기회를 원천 봉쇄한다는 반응도 있다.

업계는 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의 역할이 크지만 무조건 중소기업편만 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공급안정화=국산화’는 아니라고 했다. 국산화에 치중할 경우 반도체 산업 전체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中企. 세계 진출 레퍼런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역할론 ‘대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소기업과 R&D를 같이 했을 경우 오히려 ‘배타적 권리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래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소기업과 협업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타적 권리 조항은 공동 개발한 소재·부품·장비는 일정 기간 해당 기업에만 납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대개 3년 정도다. 우리 기업과 해외 기업 기술격차 수준과 비슷하다. 또 관계사를 통한 수직계열화도 예외를 두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회사보다 관계사가 기술 유출 위험이 적다. 일부 핵심소재는 불가피한 점이 있다. 중국 등 국내 기술을 노린 이직 제의가 끊이지 않는 것도 불안요소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상무는 “수직계열화와 중소기업을 키우는 문제는 기업의 성장 수준에 따라 다르다. 성장 과정에서는 도와줄 수 있지만 기업의 정책에 관한 것”이라며 “산업 전체로 봐야한다”라고 평가했다. 또 “공동 개발은 같이 권리가 있는데 배타적 권리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개별 개발을 했다면 모르지만 공동 개발한 것은 권리의 공유 기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전문기업 도약은 자체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은 R&D 비용이 턱 없이 낮은 경우가 많다. 자체 기술 개발보다 대기업과 연계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관련 기업 퇴직 임직원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반도체 협력사 20곳 중 절반 이상 매출 대비 R&D 비중 5% 미만=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2018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각각 7.7%와 7.2%다. 같은 기간 각사 반도체 협력사(상장사 기준)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중 이를 상회하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주성엔지니어링(18.6%) ▲원익아이피에스(11.3%) ▲케이씨텍(9.1%) ▲테스(7.7%)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5% 이상으로 넓혀도 7곳에 그친다. ▲피에스케이홀딩스(7%) ▲유니테스트(5.9%) ▲네패스(5.7%)가 포함된다. 절반이 넘는 기업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5%에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1%도 안 되는 기업도 4곳이나 된다.

공동 개발한 기술로 해외 진출을 논하기 전에 자생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뜻이다. 이미 정부 지원금만 노린 중개업체, 브로커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에 강제하는 방법으로 가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협력모델을 만드는 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사례가 나오면 활성화 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투자도 많이 해야 한다. 기업과 소통하면서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술 유출 처벌을 강화하고 M&A는 쉽게 할 수 있게하는 등 여러가지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처벌 강화는 필요하다면 더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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