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각), 영국 최대 게임쇼 ‘EGX 2019’가 열린 런던을 방문했다. 중심부를 벗어나 신도시 쪽에 위치한 런던 엑셀 전시장에서 나흘간 열린 행사다.
영국은 게임의 역사가 오래되고 선진 시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취재에 앞서 ‘영국 최대 게임쇼라는 EGX는 어떨까’하는 기대감이 앞섰다. 지난해 독일 게임스컴의 전시 규모에 압도된 경험을 가진 터라 더욱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GX에 대한 기대가 현장 취재 후엔 약간의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전시 규모는 지스타와 엇비슷하리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출품작 구성이 콘솔과 PC에 집중된 탓이다. 모바일게임이 보이지 않았다.
독일 게임스컴도 모바일게임을 받아들였고 콘솔의 본산인 일본 도쿄게임쇼에서도 모바일게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타이페이게임쇼는 일본 영향으로 콘솔 중심이었으나 최근 들어 모바일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
그렇다고 영국이 모바일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시장이 아니다. 세계 주요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꼽힌다. 가상현실(VR) 게임 시장 규모도 크다고 알려졌으나 EGX 현장에선 전시장 한편에 작게 체험 부스가 마련된 정도였다. 이를 감안하면 EGX는 시장 유행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대단히 느리다고 볼 수 있다.
미국 E3의 경우 전시 규모는 작지만 세계 주요 게임쇼 가운데 가장 먼저 개최돼 그해 신작 이슈를 선점한다는 차별화되는 특징을 가졌다. 최신 기술도 발표된다. 올해는 ‘클라우드 게임’이 언급됐다.
이에 반해 EGX는 기업 이슈가 전무한 이용자 체험 행사다. 대외 관심도를 엿볼 수 있는 프레스룸의 규모는 이제껏 다녀본 게임쇼 중 가장 작았다. 수년전 다녀온 게이머쇼 미국 팍스(PAX)가 떠올랐다. 영국 최대 게임쇼라는 타이틀을 보고 가졌던 기대감이 여러 측면에서 한풀 꺾인 것이 솔직한 취재 소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영국 소규모 개발사의 인디게임이다. EGX에서 인디게임 전시 비중이 상당해 눈길을 끌었다. 인디게임이 블록버스터 주요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부스를 채웠다. 영국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영국 정부와 현지 게임산업협회로 볼 수 있는 유키(UKIE)도 게임산업 미래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처럼 세계 주요 게임쇼를 다니다보면 자연스레 지스타와 비교하게 된다. 전시 규모에서 압도적인 독일 게임스컴과 중국 차이나조이를 제외하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게임쇼라는 게 현장 취재를 다녀본 기자의 생각이다.
지스타는 짧은 역사에도 급속도로 인지도를 쌓은 글로벌 게임쇼다. 역사가 오래된 일본 도쿄게임쇼, 미국 E3에도 꿇릴 것이 없다고 본다. 영국 EGX에 비교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충분히 훌륭한 게임쇼가 지스타다.
지스타는 전시 규모 대비 시연석 확보 측면에선 세계 최고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EGX에 다녀오면서 확실히 체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시연을 위해선 참가사들이 게임쇼만의 별도 빌드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지스타에서 전시 규모 한계치까지 뽑아낸 대규모 시연석을 보면 참가사들의 고생을 읽을 수 있다.
올해 지스타는 게임전시(B2C) 부스 신청이 두 시간 만에 마감돼 일찍이 흥행 청신호를 켰다. 산업계의 요구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시장 유행을 얼마나 제때 반영할지 그리고 전시 참가와 관람을 더욱 편하게 바꿔갈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