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제로페이는 차세대 핀테크 인프라 사업”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제로페이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페이 서비스가 아닙니다. 제로페이는 페이 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도 쓸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 사업입니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하 진흥원. 사진) 이사장은 4일 서울 중구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진흥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윤 이사장은 “제로페이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제로페이가 기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같은 페이 서비스와 경쟁한다는 게 가장 큰 오해라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식해 결제하는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별도 앱이 아니라 페이 서비스나 금융권 앱 등에 ‘QR결제’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윤 이사장은 페이 서비스를 자동차로, 제로페이를 고속도로로 비유했다. 제로페이는 페이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라는 것이다. 즉, 오프라인 활용처가 제한됐던 페이 서비스는 제로페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윤 이사장은 “아날로그에서 최고였던 일본이 디지털로 넘어오며 한국에게 그 자릴 넘겨줬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에게 자릴 넘겨준 것”이라며 “이대로 있으면 중국을 따라잡기는커녕 1~2년 안에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도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핀테크 사업이 뒤처진 대표적 이유로 꼽히는 건 규제다. 하지만 윤 이사장은 규제보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다. 워낙 좋은 카드 서비스가 있기에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이 낮고, 이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제로페이의 경쟁 상대는 페이 서비스가 아니라 카드 서비스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싸움”이라며 “미래 세상에는 소프트웨어화 돼야 한다. 지금 큰 불편 없이 잘 되는 카드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만족하면 발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세대 핀테크 사업을 위한 인프라는 꼭 필요하다. 만약 제로페이가 안 된다면 다른 무언가라도 생길 수밖에 없다”며 “개별 기업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금이 기회”라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중국의 성장이 눈부신데, 영국의 국제컨설팅그룹 지옌은 9월 세계 핀테크(금융기술) 경쟁력 도시 순위를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이 5위 안에 들어 최상위권을 중국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반면 한국은 2015년 9월 6위에서 36위로 4년 만에 30계단 떨어져 페이 서비스의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다음은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이미 서비스 중인 모바일 직불결제 모델이 있다. 굳이 제로페이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카카오페이나 페이코 같은 일부 앱이 오프라인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용처가 제한적이다. 또 다른 페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개별 기업이 만든 인프라는 그럴 수가 없다. 자기 돈 들여서 만든 인프라에 경쟁사를 허용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하지만 제로페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공공 인프라기에 페이 서비스 사업자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더 다양한 아이디어, 기술이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난 1년간 가입 가맹점이 30만개다. 그런데 4개월 뒤에 50만개, 1년 뒤에는 100만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나.
50만, 100만개는 목표치다. ‘어떻게’라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하고 있다. 우선 선택과 집중을 할 생각이다. 전국 단위로 동시에 가맹점을 늘리다 보니 30만개가 가입해도 별로 티가 안 난다. 전통시장과 지역화폐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생각이다. 또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 절차도 간소화했다. 또 제로페이가 페이 서비스가 아닌 인프라라는 걸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페이로 편의점에서 물 살 수 있습니다’ 같은 식으로.
-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제로페이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될 수도 있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진흥원이 아니라 제로페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사업자들이 하게 될 것이다. 진흥원은 가맹점을 늘리고 유지하는 것, 그리고 더 나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주력할 생각이다.
- 삼성페이는 NFC를 기반으로 한다. QR코드보다 더 편리하다. QR코드 외 다른 방식을 도입할 계획은 없나.
QR코드, NFC 등 여러 기술이 도입될 수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 제로페이가 NFC 결제 방식을 지원한다고 해서 이용자가 많아질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본질은 가맹점이다. 진흥원이 표준화해서 단말을 만들고, 가맹점은 그 단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 생각이다.
- 제로페이에 신용카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신용카드가 제로페이에 들어오는 걸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이들 착각하는데, 신용카드와 제로페이의 싸움이 아니다. ‘카드’라는 하드웨어와 ‘제로페이’라는 소프트웨어(SW)의 싸움이다. 제로페이에 카드를 넣는다면 카드의 SW화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
- 제로페이 이용 환경이 불편하다. 그래도 젊은층은 빨리 적응하는 편이지만 고령층은 어렵다. 소상공인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게 고령층이다. 배려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아픈 지적이고 제일 현실적인 문제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중요시하는 게 유저 인터페이스인데, 이 부분에서 제로페이가 많이 부족하다. 가맹점을 늘리는 것과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인 것 같다. 개선해나가겠다.
- 예산이 수백억 정도 들 거 같다. 정치권에서 찬반이 많은데. 예산 확보는 어떻게 협의 중인지 궁금하다.
우선 예산이 수백억가량 필요하지는 않는다. 흔히 보급하는 QR키트는 종이에 QR코드가 인쇄된 거다. 비싸봤자 몇천원 단위다. QR코드를 인식하는 리더기 가격도 그렇게 높지 않다. 가맹점이 100만개 정도 된 이후에는 지원금이 없더라도 가맹점들이 적극적으로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산 결정 과정에 찬반이 있는 거는 지켜보는 중이다. 우리가 받고 싶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정부가 잘 도와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 관치페이 논란 때 특정 기업에 돈을 강압적으로 요구했다는 얘기가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출연금 얘기인 듯하다. 출연금은 은행권과 전문업체 등 자발적으로 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의 페이 서비스 사업자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페이코는 이미 참여했다. 진흥원이 출연을 하라, 마라 할 입장은 아니다.
-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에 참여하면서 수수료 차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다른 페이 서비스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진흥원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진흥원의 대원칙은 ‘제로페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저마다의 정책이 있다. 이런 개별 기업의 정책에 진흥원이 제동 걸긴 어렵다. 상인들의 고민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잘 소통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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