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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SKT의 동상이몽, 누가 웃을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국내 통합 OTT ‘웨이브’를 출범한 SK텔레콤이 외연 확장을 꾀하는 가운데 외국계 기업 넷플릭스도 한류·아시아 콘텐츠 투자 확대를 시사했다. 같은 시장을 노리는 두 기업의 정면 승부다.

이들의 본격적인 격전이 예고된 것은 25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각각 연단에 올라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미래를 소개하는 한편 공통으로 한국과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한국과 범 아시아권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국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언급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북남미에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콘텐츠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CJ ENM이 제작한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일부를 사들인 데 이어, JTBC와도 향후 3년간 차기 드라마 콘텐츠 공급 및 글로벌 유통권 독점 계약을 맺었다.

가입자 저변 확대를 위해 LG유플러스·CJ헬로·딜라이브 등 유료방송사업자 및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IPTV로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면서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한국을 아시아 공략 거점 중 하나로 삼을 것이란 관측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기술이나 콘텐츠 면에서 한국이 가진 입지가 작지 않다. CJ ENM·JTBC와의 콘텐츠 협업도 기존의 단순 라이센싱 계약을 넘어 더 공고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SK텔레콤은 범아시아 연대를 제안하며 맞대응을 하고 있다. 박정호 사장이 제시한 아시아 콘텐츠 연합 ‘T.E.A.M.(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아시아 전체가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팀’이 되자는 의미다.

이는 막대한 자본으로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대한 위기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아시아 전체 시장에서 250여개로 분절된 OTT로는 기존 강자들의 규모의 경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웨이브 같은 경우 콘텐츠 투자 계획이 3000억원 규모로 잡혀 있는데 올해에만 150억달러(약 18조원) 가량을 투자하는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어렵다”면서 “자본과 역량을 한곳에 모아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양사 모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웨이브로선 험로가 예상된다. 아시아 공동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이상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 역시 가입자가 침체되는 상황에 각국 로컬 콘텐츠에 대한 불확실한 투자를 계속해서 늘릴 순 없는 노릇이다.

성동규 한국OTT포럼 회장은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OTT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선 단일화된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범아시아 연대 자체가 엄청난 자본과 노력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인데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에 대해서도 “최근 미국에서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꺾였고, 북미는 물론 유럽·중남미에서도 시장이 포화됐다”면서 “유일하게 남은 시장인 아시아를 공략하려는 복안인데, 사실 이 시장은 문화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어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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