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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맞붙은 방통위 vs 페북, 지원사격 멈춘 국회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의 법적공방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국내외 IT 기업 역차별을 해소하는 등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국회 지원사격이 신통치 않다. 여야 정쟁에 밀려 개정안들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는 방통위와 페이스북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8월 재판부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행위 관련 이용자 불편을 인정하면서도 이용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방통위는 9월 항소했고, 2심에서 재판부는 기술적 쟁점보다 ‘제한’ ‘현저히’라는 법률문구에 대한 평가와 처분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2차 변론기일은 내년 1월21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법적공방은 방통위 과징금 부과에 불복한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통신사와 협의 없이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응답속도 지연 등 이용자 피해를 야기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이익 침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익침해 기준이 모호하다며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통신사와 망 사용료를 협상 중인 페이스북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는 의혹은 지속돼 왔다. 지난 방통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방효창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네트워크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 하는 게 기본이며, 엔지니어는 (이용자 피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접속료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갖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회 또한 이 문제를 주시하고, 통신망을 둘러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안 발의에 나섰다. 대표적인 법안이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물론 이 개정안이 당장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 CP 역차별을 줄이고 이용자 피해 발생에 대처할 수 있는 규제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부 역시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와 비교해 턱 없이 낮은 망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이마저도 내지 않는 상황이다. 아울러, 국내외 CP 간 형평성 논란과 함께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CP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망 이용대가 계약은 사업자 간 개별협상이라, 관련 부처에서 실상을 파악하지 못할 뿐 더러 불공정행위를 규율한 법적근거도 부족하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금지행위에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관계에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거나 강요하는 행위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불이행하는 행위를 추가했다. 방통위 권한도 확대했다. 방통위는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ISP에게 CP 트래픽 전송량·경로 등 현황 및 통신망 이용요금 등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는 페이스북 등 CP에게 자료를 요구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족한 상황이다. 해당 법안에서 이러한 부분을 구체화했다”며 “접속지연 등 이용자 피해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자에게 자료를 요청해 조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여야 이견 없는 안건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선거법 개정안 등에 따른 여야 갈등으로 국회 파행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관련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전체회의뿐 아니라 법안소위 일정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웅래 위원장실은 “법안이 통과되려면 법안소위가 열려야 하는데, 패스트트랙 등 정국이 복잡하다”며 “여야 갈등이 없는 법안에 속하지만, 의사일정부터 합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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