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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재판 후폭풍①] 재판부, 이용자 뒷전 페북에 날개…불합리 깰 정부정책 필요한 시기

최민지

‘세기의 재판’ 1심 결과가 나왔다. 한국정부와 페이스북이 맞섰고, 재판부는 페이스북 손을 들었다. 접속경로 임의 변경으로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는지 따지는 자리였다. 망 이해에 대한 부재와 법적근거 미비가 초래한 결과다. 페이스북 등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망 이용대가까지 이해관계를 넓히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재판부가 이용자 불편을 일으킨 페이스북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맞서 국내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2회에 거쳐 이번 재판 이후 벌어지는 양상과 대책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페이스북 소송 1차전이 끝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대결이 아니다. 최종판결에 따라 페이스북을 비롯해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간 망 사용료까지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북이 한국법인이 아닌 아일랜드 법인 주도로 국내 최대로펌 김앤장을 선임하며 이번 소송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까닭이다. 이번 판결이 국내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CP들을 겨냥하는 전세계 각국과 ISP에게 선례로 남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손을 재판부가 들어준 셈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행위 관련 이용자 불편을 인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용의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터넷 응답속도의 저하, 인터넷망의 불안정성 증가, 병목현상 등이 발생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했음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이었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이익침해 기준도 모호하다고 봤다. 접속경로 변경 전 응답속도나 응답속도 변동 평균값, 민원건수, 트래픽 양과 같은 기준은 주관적이고 가변적이라 비교대상으로 삼기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할 일이 확실해졌다. 법적 근거를 가진 명확한 제재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법적 장치를 통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때다. 방통위도 항소를 하는 한편, 이용제한 기준 모호성을 법적으로 분명하게 하기로 했다. 재판부 판결에 대응하기 위한 이용자 보호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용자를 보호하려면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는지, 이용제한이라는 말이 모호하다면 어떤 점을 포함해야 하는지 법적으로 분명하게 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고삼석 상임위원도 “분명한 것은 접속경로 변경에 대한 이용자 불편 초래를 인정했는데, 이용 제한이냐를 따졌다. 기준 자체가 가변적이라고 한다. 위원회 할 일이 명확해졌다”며 “이용자가 불편했는데, 책임지는 곳이 없다. 글로벌 사업자 폭주는 국내 법제로 보호할 수 있도록 방통위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재판부는 기간통신사보다 권위가 커진 글로벌 CP의 지위와 망 이해도에 대한 부재를 드러냈다. 재판부는 통신망 품질과 관련해 ISP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현행 법령상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때 미리 특정 ISP와 협의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도 않는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와 관련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통신 품질을 높이려면 콘텐츠사업자와 통신사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며 “그런데, 한 쪽만 통신 품질을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은 망 이해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ISP인 통신사에 따르면 CP의 판단에 따라 각각의 네트워크 사업자와 망 이용대가 등을 협상한다. 과거와 달리 유튜브 등 동영상 소비가 늘어나면서 CP들은 상당수의 트래픽을 내보내고 있다. 해외망을 사용해 국내에 우회접속할 수도 있으나, 좀 더 빠른 서비스와 개선된 통신 품질을 최종 소비자(국내)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내 ISP 망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구글‧유튜브 등 글로벌 대형 CP들은 망을 통해 콘텐츠 광고 수익을 내면서도, 이러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ISP에 대가를 치루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무임승차 하면서 (글로벌CP만) 돈을 벌었는데, 이걸로 발생한 트래픽이 어마어마하니 서버 확충 등을 해야 한다”며 “특정 사업자가 교통량을 발생시키면서, 도로는 통신사보고 깔라고 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원인이 되는 CP에 협상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자는 것인데, 그조차도 응하지 않고 나몰라라한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CP가 가입자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망을 선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시장논리”라며 “중소기업은 트래픽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동반성장 개념으로 이를 허용해도 되지만, 대형 CP는 상황이 다르다. 그들만 수익을 올리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통신사만큼 글로벌 CP 책임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내 CP만 망 사용료를 내고 글로벌 CP는 해외 기업이라는 이유로 이를 피해가는 역차별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 판결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간접적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가이드라인에서도 다루도록 하겠다. 별도로 해외 사업자 불공정 행위, 이익침해 행위는 국내 사업자와 동일하게 하겠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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