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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굴기 선언 中, 장비 구매↑…업계 “아직 실체 없어”

김도현

-韓·中 반도체 기술 격차 ‘5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 자국 업체들을 키우는 중이다. 국내 업계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반응이다. 뚜렷한 투자 성과를 보이지 못한 탓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장비 구매를 늘리고 있다. 메모리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허페이창신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 HSMC 등이 생산라인 증설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국가다.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반도체 자급률은 15% 내외에 불과하다. 해외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자국 반도체 업체의 성장이 시급한 이유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신규 설비매출액은 128억2000만달러(약 15조1148억원)다. 전년(2017년)대비 55.8%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역시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YMTC 모회사 칭화유니그룹은 향후 10년 동안 메모리 분야에 133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허페이창신은 25조원을 D램 개발에 쏟는다. UMC와 HSMC는 월 생산랑을 지속적으로 늘려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

일부 성과가 드러나기도 했다. 대만 패키징 기술과 중국 자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YMTC는 지난 9월 64단 낸드플래시를 공개했다. 독자적인 적층 기술을 적용했다. 현재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내년에는 90단을 건너뛰고, 128단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유 기업 허페이창신은 10나노미터(nm) 8기가비트(Gb) D램을 양산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 키우기에 집중하면서 디스플레이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저가 물량 공세를 통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방향 틀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역시 디스플레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정이 비슷하지만, 회로 선폭이 완전히 다르다. 기술력 차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며 “중국 반도체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 발표대로면 이미 D램 등이 공개됐어야 하는 데 아직 실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낸드 공급 물량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기술력이 발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분쟁도 걸림돌로 꼽힌다.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KLA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미국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관련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반도체 라인 증설에 치명적이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공급사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미국 규제로 중국에 제품 공급을 보류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5년 정도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술력이 중국 업체들을 압도한다는 뜻이다.

한편 SK증권에 따르면 D램 업황은 2020년 2~3분기부터 회복해 2021년까지 긍정적이다. 임 회복세를 보이는 낸드는 2020년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예상된다. 5세대(5G) 이동통신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2022년까지 5G 가입자 4억명을 목표로 세웠다. 중국 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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