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추억의 011, 이제는 놓아줄 때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5G 전파를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가입자도 벌써 5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부는 5G 예산을 올해보다 87% 증액시켰고 주파수 종합 계획도 마련했다. 기업과 정부 모두 5G에 올인하며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함께 과거의 기술은 역사의 한켠으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의 2G 얘기다.

SK텔레콤은 1996년부터 20년 넘게 2G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통신장비 생산은 2005년을 전후로 중단됐다. 국내외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부품도 이제 대부분 소진됐다고 한다. 언제 통신장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연내 2G 서비스 종료를 추진해왔다. 지난달에는 과기정통부에 정식으로 서비스 종료신청을 했다. KT는 이미 2012년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람이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 일하는 것이 좋겠지만 네트워크는 그렇지 않다.

2G는 한창 일할 수 있는 50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더 이상은 물리적으로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나이다. 2G 이후로 3G와 4G, 올해는 5G까지 등장했다. 이미 새로운 세대(G)가 3번이나 등장한 것이다.

과거 여러 01X 번호 중 유독 011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그만큼 많은 이용자들에게 2G 011은 추억이자 삶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놓아줄 때다.

현재의 2G 네트워크는 타이머가 장착된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텔레콤은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던 테스트 장비, KT 장비, 베트남 S폰 자재창고 전수조사 등 다방면으로 부품 추가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더 이상의 부품 추가 확보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억지로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퇴역을 미루게 될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우리사회는 KT 아현국사 화재로 통신망 장애가 단순한 네트워크 중단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때문에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2G 종료에 힘을 실어야 할 때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데 여전히 현장실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통신사 말처럼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한 진단과 함께 기존의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 및 합리적인 보상 방안 등을 점검해야 할 때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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