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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회사는 어떻게 ‘제3자 유지보수’를 이용했나?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한국시장에서 오픈 뱅킹이 시행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신규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금융권에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에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혁신 금융 서비스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각 금융사들은 IT 예산을 동결 혹은 감축시켜야 하는 압박도 동시에 받고 있다.

실제 국내 금융권의 IT예산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대형 차세대 사업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제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고도화가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한 국내 대형은행 IT관계자는 “새해 IT계획 및 예산을 세운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디지털 금융시대에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에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디지털 금융시대에 IT예산은 줄어들고 또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게 됐지만 현업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오늘날 IT부서에 주어진 숙제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ERP 및 기타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비용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새로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재투자하는 것이 보편화 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기업용 SW 유지보수를 오라클이나 SAP와 같은 벤더사가 아닌 제3의 전문업체들을 통해 서비스는 받는 3자 유지보수(3rd Party Support, 3PS)다.

제3자 유지보수 업체인 스피니커 서포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재삼 대표는 “최근 금융권의 고객의 접점을 다양화하는 개방성의 추세로 볼 때, IT뿐만 아니라 현업부서의 참여 등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므로 인력 및 예산의 고도화 전략을 위해서라도 3PS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필수 조건” 이라고 말했다.

가트너의 9월 자료에 따르면 Oracle/SAP 3PS 서비스는 최근 5년간 매년 33%이상 성장하고 있고, 전체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약 7조원, 2022년에는 최대 약 9조원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Oracle/SAP 유지보수 시장의 약 20%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로, 3PS 서비스는 빠르게 기업유지 보수 시장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 및 실제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Oracle/SAP 제품에 대한 3PS 전환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회사나 카드사는 물론 코어뱅킹을 담당하는 은행권으로도 많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R은행의 경우 3자 유지보수를 통해 서비스 품질의 저하 없이 비용절감을 실현했다. 연매출 332억 달러 규모의 세계 5대 은행 중 하나인 R은행은 2019년 하반기에 IBM과 스피니커 서포트를 통해 오라클 서버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R은행사의 프로젝트는 IBM이 오라클 서버에 대한 H/W적인 관리 및 지원을, 스피니커 서포트가 솔라리스(Solaris)에 대한 유지보수를 제공해 기존 유지보수 비용대비 59%를 절감했다.

캐나다 6번째 규모의 N은행은 기존 구축형(On-premise) 제품에 대한 투자 축소를 통한 신규 IT 투자 확대에 성공했다.

캐나다 N은행은 신규 IT 사업요구가 급속히 팽창해, IT관련 비용에 대한 효율화가 필요했다. 스피니커 서포트는 2018년 1월부터 캐나다 N은행의 오라클 DB, 미들웨어, 싱글사인온(SSO), 기타 옵션(RAC, Tuning, Advanced Security, Partitioning 등)에 대한 유지보수를 제공을 바탕으로 오라클 관련 비용을 최소화 했다.

개인 금융 전문은행으로 뉴멕시코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 10개의 지점을 두고, 9만 2천명의 회원과 20억불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S연방신용금고는 회원들의 재무적 지원을 우선하고 있는 신용금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IT비용절감에 집중했다.

그중 오라클의 제품전략이 모호하고, 업데이트가 더딘 제이디 에드워즈(JD EDWARD)제품에 대한 유지보수를 스피니커 서포트의 3PS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스피니커 서포트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약 11년 이상 미국 S연방신용금고에 3P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S연방신용금고는 전체 오라클 유지보수 비용대비 약 60%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회원들의 이익으로 전환했다.

이 은행은 2008년 사용 버전을 현재까지 무리 없이 잘 활용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업그레이드 비용(최소 2회이상)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었다. 업그레이드 비용은 통상 구축시 비용의 80~90%정도 소요되므로 최소 구축비용 2배 정도의 비용을 절감해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편 국내의 경우 아직 금융권에서의 3자 유지보수 채택은 활성화되었다고 말하긴 이르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처럼 디지털 전환을 계획하는 금융사가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디지털 전환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3자 유지보수 서비스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클라우드 인프라로 금융사들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3자 유지보수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삼 대표는 “SaaS는 아직은 이상적인 환경이다. SAP를 예로 들면, ‘SAP HANA’를 기반으로 월간 또는 연간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상품의 도입률은 한국에서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물론, 오라클은 플랫폼 기반이기 때문에 더 늦다”며 “순수 SaaS 환경으로 가는 게 늦어지니 플랫폼이나 인프라로는 AWS나 애저(Azure)를 사용하지만 그 안의 오라클 DB 환경은 자체적으로 돌아가는 등 3PS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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