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유료방송판 몸집 커졌지만... 중소 PP는 여전히 ‘사각지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유료방송시장이 통신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TV(IPTV) 3사 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48.5%다. 이 중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CJ헬로 인수와 티브로드 합병을 완료하면 70.1%로 치솟는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더하면 전체의 약 80%를 통신사가 주도하는 형국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는 이달 13일과 30일 각각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을 조건부 승인·인가했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이하 방통위) 사전동의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유료방송 M&A가 급물살을 타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중소 PP와의 협상력 차이로 인한 불공정행위와 소위 ‘갑질’이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통상 PP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는다. 하지만 PP 업계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다수의 PP에게 콘텐츠 제작원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통위의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PP는 콘텐츠 제작에 1조7611억원을 투자했으나 같은 기간 플랫폼 사업자는 3분의 1 수준인 5700억원을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불했다. 특히 IPTV의 매출 대비 PP 사용료는 2014년 21.6%에서 지난해 15.7%로 떨어졌다.

의도적으로 계약 체결을 지연시키는 관행도 여전하다. PP 관계자는 “채널편성권을 가진 IPTV가 회계연도 마감일(매년 1월 초)까지 협상을 늦추는 일이 잦다”면서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전년도 수준의 낮은 대가가 자동 연장되기 때문에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한 콘텐츠 대가 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게 PP의 입장이다. 광고나 협찬 등 부가가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 PP의 수익구조는 2017년 기준 광고(44.8%)가 프로그램 사용료(29.8%)를 추월한 지 오래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채널 계약 절차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했다. PP 의견이 반영된 PP 평가 기준 및 절차와 PP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기준을 마련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하지만 PP 업계는 일부 조건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평가다. 채널 계약 지연 등 고질적인 불공정거래 관행을 즉시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 부당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는 지난 26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심사를 앞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SO의 일반PP 프로그램 사용료 인하 금지 및 IPTV의 일반PP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비율 인상 등 구체적인 PP 산업 보호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