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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금지법은 문제투성이’ 전문가들 한목소리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예상대로 문제투성이 법안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2소위)를 열고 댓글과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검) 조작을 막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른바 ‘매크로(자동화프로그램) 금지법’이다.

21일 체감규제포럼과 디지털경제포럼, 연세대 IT정책전략연구소가 정동1928아트센터 컨퍼런스룸에서 ‘매크로 금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개정안은 쉽게 말해 ‘걸면 걸리는’ 법이다. ‘부당한 목적’과 ‘서비스 조작’ 등 모호한 개념이 포함돼 있어서다.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용자들의 조작 행위를 통제해야 한다는 의무가 존재해 사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적 검열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제를 맡은 최민식 교수(경희대 법무대학원 지적재산법학과)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 “조작의 의미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모호한 개념을 써 또 다른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누차 지적했다.

◆현재 기술로는 매크로 못 막아…매크로 지정도 문제=최 교수는 “국내외에서 광범위하게 매크로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막으면 뚫고 한다”며 “실현이 불가능한 내용으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 교수는 “피해당사자(사업자)에게 거꾸로 책임을 묻는 거 아닌가”라며 “철저하게 사전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이용자의 어떤 행위인지 가정을 하고 차단해야 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법안 문제를 짚었다.

모정훈 교수(연세대 공과대학 정보산업공학과)는 “어느 정도까지를 매크로로 디파인(정의)할 것이냐 어디까지를 매크로로 봐야 하느냐 이슈가 생긴다. 사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럽지 않나”라며 “프로그램도 진화하는데, 특정 기술 자체를 지정해버린 공인인증서와 같이 그 결과로 (인증을 위한) 액티브엑스 이런 문제까지 생기고 수십년 끝에 폐지되는 상황이 됐는데 매크로 금지법이 만들어지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여론이 딱 하나’ 네이버에만 있나=정용국 교수(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매크로 금지법이 포털 댓글을 겨냥한 것과 관련해 “여론이 네이버에 딱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수천수만개 여론이 있을 수 있는데, 좀 더 표출을 하고 유통할 수 있을까가 문제인 것이지 매크로라는 편의적 방법으로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의견을 표출하려고 해도 그걸 위법적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 그는 “네이버에 1300만 이용자가 있다고 우리 여론을 1대1 반영하는 바로미터(척도)처럼 인식이 되는데 그렇지 않다”며 “네이버가 우리나라 공적 기관도 아닌데 그리고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네이버가 댓글을 만든 게 아닌데 네이버에 모든 공적 규제를 가해야만 사회정의가 실현된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았나”라고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피해를 당했는데도 책임을 져야하는 특이한 법안”=‘온라인서비스 사업자에게 기술적, 관리적 조치 강제의무를 부과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엔 “특이한 법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회를 진행한 이상우 교수(연세대)는 “(사업자가 매크로로) 피해를 당했는데도 책임을 져야하는 특이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실효성 떨어지는 법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지은 변호사(법무법인 건우)는 “모든 매크로를 악성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나. 현재 기술적 수준으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나”라며 “현재 논의되는 법은 개념적으로만 매크로를 규정해 광범위한 처벌이 가능하다. 모든 매크로를 차단해버리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보는 시민이란?…규제 의도 되짚기도=최지향 교수(이화여대)는 “정치권 논의를 보면 시민을 어떤 식으로 보는가 극명하게 나타난다”며 “매크로로 여론 조작이 가능한 무지한 시민으로 보는 거 아닌가. 여론조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론조작이라고 얘기한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표현의 자유까지도 영향을 끼쳐 가장 큰 피해를 일반 시민들이 보는 거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상우 교수는 “정치인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한다”며 웃음을 유도해 토론 도중에 세미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여러 연구를 해봤는데 시민들은 가짜뉴스를 구분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충분한데, 국회의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곽규태 교수(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글로벌문화산업학과)는 “법에서 겨냥한 것은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보다는 그 단어는 쓰지는 않지만 댓글과 검색”이라며 “유튜브 여론조작과 왜곡 콘텐츠는 있어도 손댈 필요가 없고 이쪽 분야엔 국내 사업자들의 진행하는 서비스가 저촉된다고 보는데, 부당한 목적으로 여론형성 집단이 관철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규제 의도를 되짚기도 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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