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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인기 뮤지션만 유리’ 음원 저작권료 변화 필요하지 않나요?

이대호
가온차트 갈무리
가온차트 갈무리
- 인디 뮤지션, 재생수 비례에 밀려 정당한 정산조차 받기 힘들어
- 이용자들 “내가 듣는 음원에 저작권료 가야”…국외선 논의 활발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수년전부터 제기된 ‘음원 사재기’ 논란이 주목받으면서 음원 실시간 차트(인기순위) 폐지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음원 사업자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을 기반으로 한 비례 배분 방식이다. 음원서비스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지출한 총 금액을 전체 이용자의 총 재생수로 나눠 저작권료, 이른바 곡당 단가를 산정한 뒤 특정 음원의 재생 수를 곱해 각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한다.

이 경우 총 재생수 내에서 음원 재생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저작권료를 가져가게 된다. 재생수가 적다면 비례 배분에 밀려 정당한 정산조차 받기 힘들다. 실시간 차트 진입을 위한 ‘음원 사재기’ 등의 행위가 벌어지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시간 차트의 구조 이면에 있는 현행 음원 저작권료 정산 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인기 아티스트만 유리…국외서도 문제 지적=음원의 ‘총 재생수’가 저작권료의 기준이 되다보니 재생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인기 뮤지션이나 팬덤이 두터운 유명 아이돌들이 상대적 이점을 가진다.

반면 인디 뮤지션이나 비인기 장르 뮤지션들은 총 재생수 비례 배분에 밀려 정당한 음원 정산조차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외에선 오래전부터 이러한 음원 정산 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을 포함해 대다수 해외 음원사이트도 국내와 비슷한 ‘비율 정액제(pro-rata)’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A가수의 음원이 전체 재생수의 2%를 차지했다면 스포티파이로부터 2%에 해당하는 저작권료를 정산 받는 방식이다. 지난 2011년 영국 유명 뮤지션 존 홉킨스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9만번 재생수에 8파운드를 받았다(Got paid £8 for 90,000 plays)”며 스포티파이에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대안은 있다…‘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비율 정액제’ 방식에 대한 가장 유력한 대안은 일명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user-centric payment)으로 불리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 대한 연구는 2014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안트 마스(Arnt Maasø)와 덴마크 로스킬레(Roskilde) 대학의 라스무스 렉스 필러슨(Rasmus Rex Pedersen)가 처음 주도했고 북유럽 지역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이용자 정산 모델의 핵심은 ‘1인당 재생 수’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 있다. 개인 이용자의 지출 금액을 해당 개인의 월별 재생수로 나눠 한 곡당 단가를 산정한다. 한 곡당 단가에 해당 음원의 재생 횟수를 곱해 저작권료를 최종 확정하는 형태다.

◆‘이용자 중심 정산, 창작 생태계에 도움’ 연구 결과로 입증=이러한 방식은 실제 창작 생태계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증명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핀란드 음악가협회(Finnish Musicians’ Union)가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회원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근거해 ▲비례배분 방식에서는 상위 0.4%의 음원이 전체 저작권료의 10%를 차지하는 반면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에서는 상위 0.4%의 음원이 5.6%만 차지하는 등 쏠림 현상이 줄어들고 보다 다양한 음원에 수익 배분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안나벨라 콜드릭(Annabella Coldrick) 영국 음악매니저포럼(MMF, Music Managers Forum) 대표는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이 다소 복잡하더라도 더욱 공평한 모델”이라며 “음원 스트리밍 밸류 체인에 더 높은 투명성과 책임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외에선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보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1위 음원 사이트 ‘디저(deezer)’는 이용자 중심 정산 전환에 대한 파일럿(시범)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아마존도 정액제 뮤직 서비스인 ‘아마존 뮤직 언리미티드(Amazon Music Unlimited)’에서 테스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듣지 않은 음원에 저작권료가 지불된다고?=사용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제기된다. 대세 아티스트가 아닌 비인기 뮤지션 음악을 즐겨 들을수록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개인 이용자가 지불한 사용료 중 65%에 해당하는 저작권료가 자신이 실제 청취한 뮤지션보다는 재생수가 더 높은 뮤지션들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는 업계 관측이 제기된다. 대다수 뮤지션 입장에서도 이용자 중심의 정산 모델이 적합할 수 있다. 일부 아티스트를 제외하면 부침이 잦은 가요계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인기를 유지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1곡당 또는 여러 곡당 가격을 매긴 종량제에선 저작권료 지불이 이용자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종량제 모델 구독자는 전체 10% 미만으로 파악된다. 사용자 대다수가 정액제 모델 구독자인 국내에선 이용자 중심 정산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행 정산 모델 바뀌려면 첩첩산중=국내에서 이용자 중심 정산 모델 도입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시장 헤게모니(주도권)를 쥔 음원 사업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은 연예기획사까지 소유 중이다. 실시간 차트 상위에 진입 가능한 인기 아티스트를 여럿 확보한 사업자일수록 현행 정산 구조가 바뀌는데 찬성할 가능성이 적다.

이 같은 난관을 넘어서도 저작권 협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승인 신청해야 한다. 문체부가 허가를 내주면 정산 구조가 바뀌거나 새로운 정산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문체부 저작권산업과 측은 “이용자 중심 정산 모델에 대한 얘기는 알고 있다. 다만 규정 변화에 대해 검토한 바는 없다”면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에서 신청하면 문체부가 승인하는 구조로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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