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태현 웨이브 대표 “토종 대표 OTT 넘어 글로벌 OTT로 도약할 것”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웨이브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5개월이 지났다. 웨이브는 앙숙이던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사 SK텔레콤이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방송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한민국 대표 콘텐츠 제작 방송사와 풍부한 자금을 갖춘 통신사와의 결합은 여러 우려를 딛고 순항 중이다. 전체 가입자수는 800만명대로 당초의 목표를 상회했고 월간 사용자도 지난해 270만명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사 OTT 푹(POOQ) 시절 70만이었던 유료 가입자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디지털데일리>는 넷플릭스 대항마, 토종 대표 OTT 등 여러 수식어를 갖고 있는 웨이브의 이태현 대표를 본사에서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이태현 대표는 출범 5개월간의 성과에 대해 "기대이상"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의 결합으로 인한 통신사 마케팅에 동백꽃, 베가본드 등 주주사인 지상파의 공급 콘텐츠도 좋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입자 수는 목표를 상회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요금제 상품에 번들링 한 것이 도움이 됐다. 지상파 콘텐츠와 미스트롯 등 종합편성 콘텐츠 역시 좋았다. 출범 초기에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웨이브는 현재 마라톤을 뛰고 있다. 몇 개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중장기 성과가 더 중요하다.

“가입자 500만 정도 되면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 가능할 것”

웨이브의 목표는 2023년 유료 가입자 500만명에 매출 5000억원 달성이다. 가입자 증가는 향후 콘텐츠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오리지널 콘텐츠 등 적극적인 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웨이브도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처럼 타 플랫폼은 확보할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은 콘텐츠가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종편 등이 제공하는 콘텐츠 이외에 한방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SKT와 함께 하면서 2000억원 가량을 펀딩받아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 돈을 마케팅에 쓸수도 있고 사옥을 살수도 있겠지만 콘텐츠 제작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드라마 녹두전에 96억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도 지상파 드라마에 투자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제작비를 확보하고 웨이브는 OTT 분야에서 해당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방송사는 제작비를, 웨이브와 협력한 SKT는 마케팅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윈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이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3년 유료 가입자 500만이 목표인데 그 정도 되면 오리지널 콘텐츠로 한번 승부를 걸어야 하지않겠나 싶다"며 "물론, 투자와 관련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는 실용적인 판단을 하고 향후 가입자 증가 여부에 따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시점이 정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교민서비스 찍고 해외시장 진출”

가까운 중장기적 현안은 해외진출이다.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다. 웨이브는 먼저 싱가포르 등 동남아 7개국에 먼저 서비스를 론칭하고 2단계로 교민서비스, 마지막으로 해외시장 직접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동남아 7개국에 지역락을 풀어 본격적인 진출전에 테스트 차원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무조건 법인부터 세우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은 올해 하반기 한국 교민사회를 통해 인프라, IP망, 결제 시스템 등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과금문제도 중요하고 현지 사업자와의 제휴 여부도 필요하다. 1~2년 뒤에는 해외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대표 OTT 플랫폼 지위를 가져가는 모양새지만 경쟁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쟁자는 넷플릭스, 그리고 시장 진출이 예상되는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등 까지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글로벌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사업자들이라고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았지만 기대만큼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한국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사업자들은 국내 사업자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

“디즈니 플러스 마다할 이유 없지만 굴욕 협상은 안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수차례 얘기한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 문제도 성사될 경우 파트너는 웨이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태현 대표는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해외 사업자들이 독자사업을 할 이점이 크지 않다. 넷플릭스가 독자사업을 하는 이유는 아시아 전초기지로 삼고 있기 때문인데 디즈니의 경우 범아시아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웨이브 입장에서는 디즈니의 제휴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굴욕적인 수준의 계약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웨이브에게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특히, 콘텐츠 경쟁력 측면에서 tvN, OCN, Mnet 등 CJ ENM과 JTBC 계열의 실시간 채널이 빠진 것은 타격일 수 밖에 없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국내 OTT가 여러개로 나뉘어져 있다보니 비용은 늘고 편의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사업자간 통합은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어떤 소비자는 CJ 콘텐츠를, 또 다른 소비자는 지상파 콘텐츠가 아쉬울 수 있다. 사업자들도 통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맞아야 하고 합쳤을 때 시너지가 나야 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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