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음란물 제작·유통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가운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일 열린 국회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박대출 의원(미래통합당)이 대표 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이하 딥페이크법)이 통과됐다.
딥페이크(Deepfakes)는 인공지능 딥러닝과 페이크의 합성어다. 현재 의료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 다방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딥페이크 기술은 음란 영상물 제작 등 불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경쟁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에 딥페이크를 이용한 사례가 우려된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는 ‘딥페이크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페이스북은 1월6일부터 딥페이크 영상을 차단·삭제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특히 한국 여성 연예인의 피해가 심각하다. 2019년9월 발표된 네덜란드 사이버 보안 연구 회사 딥트레이스(Deeptrace)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의 96%는 음란 영상물이고 이 중 25%가 한국 여성 연예인이다.
통과된 딥페이크법은 온라인상에 범람하고 있는 딥페이크 음란 영상물의 제작·유통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딥페이크법이 통과됨에 따라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 또는 음향 등을 제작하거나 반포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 제기한 후 법안발의, 의결까지 신속하게 처리됐다”며 “이 기술이 원래 취지대로 육성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 이용촉신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딥페이크에 대한 우려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연합(EU), 독일 등도 딥페이크 규제 법안을 내놨다.
미국은 딥페이크와 관련해 가장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나라다. 표현의 자유보호를 위해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최소한으로 하지만 딥페이크의 피해자는 프라이버시 보호 및 명예훼손의 차원에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주정부 차원에서는 ‘사이버스토킹법’ 등을 통해 제작자를 처벌할 수 있다. 정부기관 폐쇄로 폐지됐지만 2018년12월 딥페이크 규제 법안이 제출된 바 있다. 이 밖에도 딥페이크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입법 시도가 진행 중이다.
EU에서는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의해 딥페이크 영상물을 삭제 요청 및 데이터 처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 딥페이크를 비롯한 허위정보 전반에 대응하기 위한 허위정보 행동규범을 만들었다. AI 플랫폼에 대한 제3자 검증 기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공공기관에도 허위정보 모니터링 의무를 부여했다. 딥페이크에 맞설 팩트체커도 양성 중이다. 개별 국가로는 독일 ‘네트워크집행법’, 프랑스 ‘정보조작대처법’ 등에 따라 딥페이크 악용에 대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