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OTT] 넷플릭스는 왜 ‘오리지널’에 집착하나
흔히 OTT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번역된다. 실제로는 ‘오버 더 톱(Over The Top)’의 약자다. TV 셋톱박스를 뜻하는 ‘Top’을 넘어선(Over) 서비스라는 의미다. 이름이 예고한 대로 OTT는 전통적인 매체를 위협하는 또 다른 미디어 주류가 됐다.
미국 DVD 대여점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구독형 OTT 바람을 몰고 왔고, 지금은 역사적인 콘텐츠 맹주 ‘디즈니’까지 이 시장을 넘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내 첫 통합 OTT ‘웨이브’를 필두로 경쟁이 격화되는 형국이다. <디지털데일리>는 ‘달려라 OTT’ 기획을 통해 현시점 주요 OTT 플랫폼별 전략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은 넷플릭스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넷플릭스는 구독형 영상 스트리밍 시대의 포문을 열었고, 지금은 전 세계 가입자 1억6000만명의 시장을 확보했다. 아직 OTT라는 용어가 낯선 이들에겐 넷플릭스라는 이름이 곧 예시다. 분야 막론 구독형 서비스를 설명할 때 ‘OO계 넷플릭스’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원조 OTT 넷플릭스의 출발점이 DVD 대여 업체였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현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약 20년 전인 1997년 대여점 방문이 귀찮은 이용자를 위해 DVD를 우편으로 배송해주는 사업 모델을 시작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2007년 사업 방식을 ‘우편 대여’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바꾸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게 된다.
넷플릭스의 성장 요인은 복합적이다. 예컨대 넷플릭스는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추천 서비스 등 적극적인 큐레이션 기능으로 개인화된 이용자들의 니즈를 공략했다. 한 계정을 동시에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요금 설계도 이들의 발길을 묶어뒀다. 중간 광고 없이 빠르게 콘텐츠 ‘몰아 보기’가 가능한 각종 편의성도 넷플릭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혹자는 넷플릭스의 성공이 인터넷 시대를 타고난 결과물이라고 평가하지만, 단순히 잘 만든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요컨대 넷플릭스는 월정액을 내고 플랫폼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구독형 OTT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리는 방편으로 자체 콘텐츠를 ‘독점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은 ‘릴리해머’이지만 첫 간판 오리지널은 2013년 제작된 ‘하우스오브카드’를 꼽는다. 당시 회당 제작비는 40억원 수준으로, 시즌1 제작에만 약 1200억원이 들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기간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전년 대비 36.5% 급증했다. 매출은 곧바로 흑자 전환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한 순간이다.
오리지널 전략은 단순히 신규 가입자를 유인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존 가입자를 묶어둘 수 있는 장치였다. 실제 OTT 플랫폼은 가입자 충성도가 매우 낮은 시장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북미 시장의 경우 매년 가입자의 5분의 1가량이 OTT 플랫폼을 변경하며, 가입 해지율도 40%대로 높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기존 가입자를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후 넷플릭스는 한 해 매출액에 버금가는 돈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아낌없이 투자하기 시작했다. 2013년만 해도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액은 아마존 프라임이나 훌루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5년이 지난 2018년 격차는 2~3배로 벌어졌다. 이 기간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비는 130억 달러(15조8000억 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150억 달러(18조2000억 원)에 이르렀다.
넷플릭스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은 2017년 무렵부터다. 국내에선 당시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단독 공개 영화 ‘옥자’를 떠올리면 된다. 현지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전 세계에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몸집을 키운 넷플릭스는 이 해 글로벌 유료 가입자 1억명이라는 지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한다. OTT 사업을 시작한 지 꼬박 10년 만이다.
현재 한국 시장은 넷플릭스가 주도한 오리지널 전략을 상당 부분 답습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손잡은 국내 첫 통합 OTT ‘웨이브’의 탄생은 독자적인 콘텐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였다. 국내 OTT 원조 격인 CJ ENM의 ‘티빙’ 역시 세를 늘리기 위해 종합편성채널 JTBC와 손잡고 합작법인 설립을 예고했다. 치열한 콘텐츠 경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올해는 그러나 넷플릭스에도 한국 OTT 시장에도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OTT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넷플릭스의 성장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2분기 넷플릭스는 북미 지역에서 처음으로 12만6000명에 달하는 가입자 감소를 겪었다. 막강한 지식 재산권(IP)으로 ‘콘텐츠 공룡’이라 불리는 디즈니의 참전은 화룡점정이다.
위기의 넷플릭스가 내놓은 대응책은 역시나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정공법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콘텐츠 연합군 결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 시장도 그중 하나다.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과 지분 동맹을 다진 데 이어, JTBC콘텐트허브와도 3년간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맺었다. 과연 넷플릭스가 이끄는 OTT 대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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