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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암호’ 네 살배기 KT, 글로벌 표준 주도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가 양자암호 기술개발에 본격 뛰어든 지 약 4년만에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 등 전세계 국가가 양자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통신사 KT가 국제표준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KT는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 스터디그룹(ITU-T SG13) 국제회의에서 KT가 주도적으로 제안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 요구사항’ 표준을 예비승인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KT는 전세계 사업자 중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을 두 건 승인받은 유일한 곳으로 기록됐다.

특히, KT는 ITU 900여 회원사 중 가장 많은 6건의 양자암호통신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ITU-T에서 표준으로 제정했거나, 연구‧평가하고 있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관련 기술은 14개다. 이 중 40%는 KT 주도로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발주한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 양자암호 통신망 구축·운영 사업자로 선정됐다.

앞서, KT는 지난 2017년에야 양자암호 전담팀 ‘퀀텀 인프라 이노베이션팀’을 구성했다. 이전에는 2014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양자암호를 연구해 왔다. SK텔레콤이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과 비교하면 KT는 사실상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KT가 단기간에 양자암호 국제표준에서 성장하게 된 이유는 ‘개방’과 ‘생태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KT는 기술개발에 있어 독점보다는 국내 생태계 활성화에 방점을 찍어, 국가 전체 역량을 높이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종속 회피와 시장선점 기회 확보를 뜻한다. 이를 위해 개방형 구조를 주창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술 이전과 에코시스템으로 이어져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예비승인을 받은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 요구사항도 이러한 KT 원칙이 담겨 있다. 이는 KT가 2019년 10월 국제표준으로 승인받은 ‘개방형 계층구조 표준(ITU-T Y.3800)’에 대한 상세 기술 요구사항이다. 개방형 계층구조 기술은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세계최초로 승인된 국제표준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러 제조사 간 상호 연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기업 및 기술 종속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존에는 미국 매직Q, 일본 도시바, 중국 퀀텀씨텍 등 해외 제조사가 전체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독점으로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표준에서는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는 구조를 국내외 사업자들이 여러 계층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정의했다.

우선, KT는 가장 밑단의 ‘퀀텀 레이어’에서 각사의 양자기술을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각사 장비는 표준에 부합하는 상호 연동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해야 한다. 이어 키관리, 네트워크 제어, 네트워크 관리 레이어를 추가했다. 스토리지 역할을 하는 새로운 계층을 추가했다는 부연이다. 기술 독점 이슈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비용효율, 네트워크 운영 및 속도 개선, 장애 복구 등에서도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통해 양자암호통신 분야 국제표준화 주도권을 기존 외산 장비 업체에서 통신사 서비스 위주로 전환하고, 국내 사업자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양자암호 통신 서버를 보유하지 않는 업체도 언제든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참여할 수 있어,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도 유리해진다.

KT는 이러한 방안이 표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에서도 이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표준에 대해 양자암호를 주도하는 주요 국가와 기업이 동의했다는 이유에서다.

김형수 KT 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 팀장은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8개 국가에서 해당 표준에 대해 동의했다. 여기에는 도시바, IDQ, 화웨이, 퀀텀씨텍 등이 포함돼 있다”며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전달하기 위한 장비 및 기술 경쟁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제민 KT 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 팀장은 “만약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가 외산장비로만 구성돼 있다면, 통신사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에 선뜻 상용화하기 어렵다”며 “KT가 연구한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해, 토종 장비가 많이 만들어질수록 상용화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기술에 대해 오픈하고, 파트너사와 공유하는 형태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KT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기업용 네트워크 보안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양자 암호를 결합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기업용 가상사설망(VPN) 등에 도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5G 상용망과 결합한 테스트도 시행되고 있다.

이종식 KT 인프라연구소장 상무는 “KT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과 표준의 국제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고 실제 공공분야 구축 사업 수주 및 기업형 서비스 개발 등의 성과를 얻었다”며 “언택트 시대의 필수 요소인 안전한 네트워크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양자암호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지속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KT는 올해 7월 열리는 ITU 표준화 회의에서 4건의 양자암호기술 표준 승인을 앞두고 있다. 다만,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일정은 유동적으로 변동될 수 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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