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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뒤통수 “글로벌CP 횡포 막자”, 입법부 나설 때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국회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망 사용료 갈등 중재에 나선 상황에서, 돌연 넷플릭스가 정부 중재를 무력화하는 소송을 냈다.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는 점을 법원에서 인정받겠다는 내용이다. 망 무임승차 정당화를 위해 글로벌 공룡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한국정부를 패싱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약 30% 급증한 57억6769만달러로, 한화로 7조원이 넘는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입자 수도 역대 최대규모인 1분기 1577만명 순증, 유료가입자 수 총 1억8286만명을 달성했다. 기록적인 수익에도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분쟁 끝에 2014년 미국 컴캐스트와 망 사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했고, 미 통신사 버라이즌‧AT&T를 비롯해 타임워너케이블과 망 사용료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와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사례가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이를 지급하지 못하겠다며 정부 중재까지 무시하면서 소송을 택한 셈이다.

이는 오히려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역차별을 야기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는 물론이고 해외 사업자인 페이스북도 국내 통신3사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국회 또한 망 사용료 갈등 및 역차별 이슈에 관심을 드러내 왔다. 이미 20대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상정된 상태다. 이뿐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공약에도 국내외 미디어기업 간 부당한 수익 배분 등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 강화 부분이 명시돼 있다.

◆“20대 국회, 글로벌CP 규제 법안 논의해야”=아직 20대 국회가 종료까지 한 달가량 남았기 때문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할 여지도 남았다. 이들 법안은 통신사 망 이용에 대한 공정성 원칙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임의로 통신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고,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조건 등을 부당하게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글로벌 CP와 국내 CP 간 역차별을 방지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주요 법안을 살펴보면,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CP도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2018년 10월 발의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안정적인 서비스 이용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해 접속경로 변경 등에 따른 이용자 불편을 방지겠다는 방안이다.

2018년 9월 김경진 의원(무소속)은 대형 CP에 망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한 법안을 내놓았다. 트래픽 양 등에서 일정 규모 이상인 주요 부가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민봉 의원(미래통합당)은 지난해 3월 대형 CP가 망 이용‧임차에 관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등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협정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 전기통신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행위를 금지행위의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했다.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방통위 일시중지명령 조치를 통해 불공정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전기통신사업자 금지행위로 인해 이용자나 다른 사업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방통위는 해당 행위에 대해 일시 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 박선숙 의원(민생당)은 지난해 4월 이용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제안했다.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전기통신사업자 중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자는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고, 대리인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전기통신사업자 의무 및 방통위에 자료 제출 의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법안의 통과 중요성은 페이스북이 방통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때에도 지적된 바 있다.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 협상 과정 중 접속경로를 바꿔 이용자 피해를 유발했다고 본 방통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해 페이스북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1심에서 승소 후, 방통위는 항소에 돌입했다.

이 중 현재까지 통과된 법안은 하나도 없으며, 여기에 더해 넷플릭스 소송까지 겹쳤다. 이번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 과방위는 남은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CP 망 사용료 및 역차별 문제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주당 압승 ‘총선공약’에도 명시, 국회 입법부 역할 중요=20대 국회뿐 아니라 21대 국회에서도 글로벌CP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내외 미디어기업 간 부당한 수익 배분 등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 강화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부당한 글로벌 콘텐츠‧플랫폼사업자가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정보통신망 이용대가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집행력 확보를 위한 국내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통합 대가 산정 기준 마련 ▲유료방송콘텐츠활성화위원회 구성 ▲글로벌 콘텐츠·플랫폼사업자 책임 강화 및 역차별 개선 ▲미디어 콘텐츠 진흥을 위한 전담부서 및 법제 일원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약을 주도한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과방위는 20대 국회에서 글로벌CP 규제 법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각 당 간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상호 간 자율적 협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재정 절차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정부기관을 무력화했다.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입법적으로 명시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여야 또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내기업 보호 및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망투자와 관련돼 있다. 기본적인 망 사용료 지불은 당연하다”며 “이번 국회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21대 국회에서도 연장선에서 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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