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페이스북‧넷플릭스, 적반하장…입법공백 채워야 하는 이유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최근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한국을 향해 소송을 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1심에서 승기를 거뒀고, 2심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도 소송전에 돌입했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모두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을 앞세우고 있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하나로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의 충돌에서 비롯된 사안이며, 더 나아가 ‘망 품질에 대한 책임’ 여부다.

현재 망 사용료를 한국에서 지급하고 있는 페이스북조차 지난 2016년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접속경로를 임의로 우회해 이용자 피해를 야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과징금 조치를 부과받았다. 이에 불복한 페이스북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현행 법령상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때 미리 특정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협의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해외사업자가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다는 의미다. 이에 입법미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더해 최근 넷플릭스는 한국에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사용료 중재에 나선 상황에서, 돌연 소송으로 전환해 정부 재정을 무력화하는 조치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방통위 재정안이 발표된다면, 재판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통위는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국내 이용자 이익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넷플릭스 트래픽만 문제가 있으며,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등을 종합 고려해 국제망 증설 및 망 이용대가 등도 함께 협상해야 한다고 내부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글로벌 공룡 CP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점 때문에 미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통행비를 지불한다는 것을 넘어, 망에 대한 책임을 함께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공짜망을 원하고, 콘텐츠와 망 품질을 볼모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는 이미 마련됐다. 해외 사업자라도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하고 이용자 요구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한 ‘글로벌CP 역차별 해소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오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20대 마지막 국회에서, 이 법안 통과가 좌절된다면 글로벌CP 입장에서 한국은 이길 수밖에 없는 시장이 되고 만다. 글로벌CP 트래픽은 계속해서 급증할 텐데, 이로 인해 망 사용 부하가 일어나 이용자 불편이 생기더라도 오롯이 국내 사업자만 이를 감당해야 한다.

한국의 우수한 통신 인프라를 마음대로 이용하면서, 수익만 끌어가는 글로벌CP 행위에 일조할 뿐이다. 설사 망 사용료 협상을 하더라도 한국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고, 논란이 커져 소송으로 가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은 적다. 글로벌CP는 입법 공백을 악용하면 그 뿐이다. 이대로라면 또 진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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