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롤투롤 대가' 피엔티, 韓 배터리 장비 선봉장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전기차, 일체형 스마트폰, 무선이어폰 등 일상에서 ‘배터리’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주요 시장조사업체에서는 오는 2025년 배터리 시장규모가 메모리반도체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LG·SK 등 국내 대기업은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를 낙점했고, 협력사도 동행하는 추세다. 자타공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뒤를 이을 한국의 ‘신성장동력’이다.

지난 8일 방문한 경북 구미에선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핫한’ 업체를 만나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2차전지 장비업체로 거듭난 피엔티다. 이날 만난 피엔티 관계자는 “회사 설립 이래 지난 2012년, 2015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꺾임 없이 발전해왔다”며 “배터리 활용도가 높아지는 덕분에 향후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피엔티는 회사를 창립한 김준섭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서통테크놀로지 설계팀 출신이다. 당시 쌓은 ‘롤투롤(Roll-to-roll’ 기술 기반으로 지난 2003년 피엔티를 세웠다. 여전히 설계와 영업 등을 도맡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롤투롤 기술은 필름, 동박 등 얇은 소재를 회전 롤에 감으면서 특수물질 도포, 압축, 절단 등을 하는 공정이다. 피엔티는 해당 기술을 활용한 장비를 만든다.

초기에는 프리즘&광학필름 코팅설비 등 디스플레이 분야가 주력이었다. 이후 2차전지 관련 장비를 개발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12년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피엔티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중 전해액을 제외한 재료를 제조하는 장비를 메인으로 한다. 롤투롤 방식으로 코팅 및 건조, 압축, 절단 등 3개 장비가 있다. 코팅 장비는 길이 100~120미터(m), 높이 7~8m의 대형 제품이다. 크기가 다른 롤들을 정해진 간격대로 배치, 도포와 건조 등의 과정을 거친다. 돌돌 말아진 3개 소재를 롤 프레스 장비로 옮겨 얇게 만들고, 슬리터 장비로 필요한 사이즈로 잘라준다.

회사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가 워낙 민감하고, 얇아서 미세한 차이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롤 간격, 길이, 회전 속도 등에 따라 소재 품질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전극 공정인 3개 장비 외에 노칭 장비도 생산하고 있다. 노칭 장비는 전극 공정 다음에 위치, 양극과 음극 탭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 탭을 쌓고, 사이사이에 분리막을 넣어주면 배터리 셀이 완성된다.

피엔티는 2차전지 분야가 매출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중국, 유럽 등 배터리 제조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음극 핵심소재 동박을 양산하는 SK넥실리스도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동박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피엔티 장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피엔티의 2차전지 장비 수주잔고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3339억원이다. 시장점유율 1위(약 40%) 수준이다. 피엔티 성장은 국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일본 히라노, 도레이 등이 장악하던 분야를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한국 배터리 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피엔티 관계자는 “일본 주요 업체와 장비 기술력 차이는 미미해졌다.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많아진 것”이라며 “일본 회사, 중국 CATL 등을 제외하면 피엔티 장비가 투입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피엔티는 일본 업체보다 짧은 납기, 빠른 정비 등이 장점이다.
피엔티는 기존 디스플레이 소재,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 전자소재 등 제조장비도 양산하고 있다. 2차전지 소재 대비 규모는 작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용이하다.

피엔티는 구미에 1~3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구미 4공장을 짓기로 결정, 오는 2022년까지 7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생산능력(CAPA)은 5000억원 규모로 4공장 완공 시 고객사 수요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롤투롤은 진입이 어려워 경쟁사의 추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메인인 리튬이온, 리튬인산철 등은 물론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도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피엔티는 지난 2016년부터 매출이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2016년 1105억원, 2017년 1851억원, 2018년 2506억원, 2019년 3126억원이다. 올해 1분기는 코로나19 여파에도 828억원을 기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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