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산업 전반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저가물량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발광다이오드(LED) 분야도 마찬가지다.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유닛(BLU), 조명, 마이크로LED 등에 쓰이는 소재다. 국내 LED 업체도 중국에 밀려 사업 철수하는 분위기다. LED 전문기업 지엘비텍은 자체 기술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지난 20일 경기도 오산 본사에서 만난 지엘비텍 최영식 대표는 “국내 LED 시장이 중국으로 인해 힘든 상황이지만, 지엘비텍은 초고연색 제품을 통해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연색은 연색지수(CRI : Color Rendering Index)가 95 이상인 색이다. CRI는 색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오후 2시 태양광을 연색지수 100으로 본다. 특정 대상의 본연 색이 그대로 보인다는 의미다. CRI가 낮으면 실제 색과 다르게 보인다.
그동안 색 구분이 필요한 공장, 박물관, 식품매장 등에서는 할로겐 전구가 활용됐다. 다만 할로겐은 열이 많은 광원으로 전력 효율성이 낮다. 지엘비텍은 청색 LED 칩을 활용, 전기 소모량을 줄인 초고연색 제품을 구현했다. 빛은 적외선(적색)에서 자외선(청색)으로 갈수록 에너지를 많이 가진다. 이를 응용해 고효율 LED를 만든 것이다.
지엘비텍 초고연색 LED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도 유용하다. 기존 반·디 생산라인 조명은 수은 전구에 노란 필름을 덧대 사용했다. 노광 공정에서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감광액)가 민감한 탓이다. 빛에 반응하는 용액인 감광액은 빛이 자외선 또는 적외선 영역으로 조금만 가도 변질된다.
문제는 노란 조명은 작업자에 부정적이다. ▲눈 피로도 상승 ▲낮은 조도로 사물인식 및 공간인식 저하 ▲신체 활력도 하락 ▲수은 환경 문제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조명 스트레스로 퇴사하는 직원이 상당수다.
최 대표는 “일본 인쇄회로기판(PCB) 회사와 상담하다가 노란 조명 이슈를 알게 됐다. 온종일 노란 조명 밑에서 일하니 직원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이를 계기로 초고연색 LED를 공장에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실험을 통해 백색이면서 감광액 손상 없는 조명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2년간 테스트를 통해 지엘비텍 LED를 공장에 도입했다. 1미터(M) 근거리에서 48시간 동안 LED를 감광액에 조사한 결과 감광액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국, 일본 등 글로벌 반·디 업체들도 테스트하고 있다. 국내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는 초고연색 LED를 패널 검사 단계에서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불량 검출률이 25% 올랐다.
지엘비텍은 매출처 확보를 위해 건설사, 스마트팜 업체 등과 협의 중이다. 일본 대형 스마트팜 시스템 회사 2곳에 납품을 시작했고, 국내 건설사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LED조명 양산을 시작했다.
최 대표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초고연색 LED를 개발했다. 중국산 LED보다 가격은 높지만, 확실한 성능으로 경쟁할 것”이라며 “향후 회사 규모가 크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