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SK머티리얼즈가 초고순도(99.999%)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다. 일본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소재 자립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17일 SK머티리얼즈는 초고순도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 시 실리콘 웨이퍼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에서 쓰인다. 공정 미세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제품이다.
불화수소는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과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품목으로 포함된 소재다. 당시 수입량의 41.9%가 일본산이었다. 고순도 제품은 일본의존도가 90%를 넘었다. 국산화가 절실했던 이유다.
그동안 국산화가 이뤄졌던 제품은 액체 불화수소다.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등이 일본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의 자리를 대신했다. 다만 기체 불화수소는 국내 업체 대신 미국 메티슨 등으로 대체했다.
SK머티리얼즈는 주력인 삼불화질소(NF3)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해 말 기체 불화수소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경북 영주 공장에 15톤(t) 규모 생산시설을 건설, 국산화 작업을 이어갔다. 지난달까지 고객사와 테스트를 진행, 이달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오는 2023년까지 국산화율 7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SK머티리얼즈는 포토레지스트, 하드마스크(SOC) 등 내재화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금호석유화학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노광 공정에서 활용된다. 웨이퍼 위에 바르고 노광 장비로 빛을 쏘면 빛의 노출에 반응해 화학적 성질이 변하면서 회로 패턴이 새겨진다. SOC는 포토레지스트 보조재로 패턴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해 주는 소재다.
SK머티리얼즈는 2021년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2022년부터 연 5만갤런 규모 포토레지스트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SK머티리얼즈는 불화아르곤(ArF)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재 기술력을 갖춘 SK머티리얼즈가 금호석유화학 특허를 활용, 다음 단계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까지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투자비나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SK가 보유한 노하우를 공유해 업계 전체가 진화 발전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강화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용 창출 효과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SK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도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2017년 LG실트론(현 SK실트론) 등을 인수하면서 자체 소재 공급망을 구축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웨이퍼를 공급하는 업체다. 웨이퍼도 신에츠, 섬코 등 일본 업체가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SKC는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패드, 슬러리, 웨트케미칼, 블랭크마스크 등 반도체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하면서,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