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SK가 찾는다”…獨 머크, ‘버슘 품자’ 몸값↑

김도현
- 버슘, 삼성전자 DPT 물량 절반 ‘담당’…머크, 반도체 사업 강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만나기 힘들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관계자도 찾는 기업이 됐다.”

독일 재료기업 머크에 대한 업계 평가다. 머크는 바이오, 디스플레이 소재 등에 강점을 보이는 기업이다. 상대적으로 반도체 고객사와 접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버슘머트리얼즈를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쉽게 말해 몸값이 뛰었다.

버슘머트리얼즈는 반도체용 고순도 화학물질, 특수가스, 전구체 등을 공급하는 소재업체다. 화학기계연마(CMP) 슬러리, DPT(Double Patterning Technology) 재료, 금속 박막 전구체, 반도체 식각·세정 제품, 초박형 유전체 등이 주력이다.

이 가운데 DPT(Double Patterning Technology)는 반도체 미세공정화로 글로벌 업체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10나노미터(nm)대 칩은 한 번에 완벽한 회로를 그리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더블 패터닝’ 방식을 활용하는 데, DPT는 반도체 손상을 막아주는 방패막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DPT 물량 절반 이상을 버슘머트리얼즈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매출로만 매년 50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버슘머트리얼즈는 지난해 울산시에 삼불화질소(NF3)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NF3는 반도체 세정을 담당한다. 오는 2022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한다. 국내 업체와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머크는 이미 소재 분야에서 알아주는 업체다. 버슘머트리얼즈와의 시너지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 소재기업의 가세는 머크 입장에서도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머크는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지난 3일 반도체 소재 부문과 공급 시스템 및 서비스 부문으로 운영됐던 PM 산하 반도체 솔루션 사업을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했다고 밝혔다. 머크는 버슘머트리얼즈와의 합병으로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한 자릿수 중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공장 증설을 이어가는 점은 머크에 호재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평택사업장에 낸드플래시 및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시안 2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M16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중국 우시 공장에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머크 관계자는 “인수 및 사업부 정리와 삼성전자 등 투자가 공교롭게 겹치면서 타이밍이 좋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반도체 소재사업을 강화한 만큼 꾸준한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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