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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은 싫어요”…떠나는 2G, 남으려는 01X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011·017 번호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집단행동에 돌입한 일부 이용자들은 헌법소원에 이어 행정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이 강력한 ‘01X’ 사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긴 싸움이 예고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내달 6일부터 SK텔레콤 2G 서비스가 순차 종료된다. 완전한 종료 시점은 27일이다. 이 기간 2G 가입자는 3G나 LTE, 5G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무료 단말 또는 30만원 단말구매 지원금과 24개월간 요금할인 등이 주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2G 조기종료 신청에 따라 수차례의 보완요구와 현장점검, 전문가 의견청취를 거쳐 이달 12일 이를 승인했다. 대신 이용자 보호기간과 보상대책을 두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문제는 01X다. SK텔레콤 2G 서비스 종료에 따라 011이나 017 번호를 쓰는 이용자들은 무조건 010 번호를 써야 한다. 정부가 지난 2002년 01X 번호를 010 번호로 통합키로 한 이후 그 시점을 2G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되는 때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수 이용자들은 01X 번호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2G 서비스 가입자 모임인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SK텔레콤 2G 종료 승인 발표 당일 민사소송과 헌법소원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과기정통부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소송 등 정책당국을 겨냥한 조치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01X 번호를 쓰려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에는 업무상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가족의 추억이 담겨 있다거나 수 십년 간 한 번호만 사용해왔다는 등의 사연이 빗발치고 있다. 통신사 보상책을 거부하는 이들도 많다. 2G 서비스는 못 쓰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01X 번호는 지키고 싶단 입장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이들의 법적 대응이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낮다. 앞서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KT의 2G 종료 이듬해인 2013년 “번호통합정책이 국민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동전화번호는 유한한 국가자원으로,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관련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행정소송 등을 통해 2G 종료 절차가 일부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KT도 그렇게 홍역을 치렀다. 정부 승인에 따라 2G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2011년 당시 가입자 약 920명이 제기한 2G 종료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수용하면서 절차가 중단됐었다. KT는 항소심을 통해 판결을 뒤집고 난 후에야 절차를 재개했다.

통신사들은 정부의 010통합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G 서비스 운영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SK텔레콤의 경우 1995년부터 도입해온 2G 장비(CDMA)가 이미 상당히 노후화됐거나 대부분 단종된 상황에서 예비장비로 버텨온 실정이다. 이마저 소진되면 장비 유지보수가 불가능해 자칫 통신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LG유플러스도 2G 주파수 사용기한이 끝나는 내년 6월을 기점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중 과기정통부가 주파수 재할당 공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할당 여부에 관한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데 사실상 ‘의사 없음’으로 좁혀지는 상황이다. 다만 SK텔레콤과 같이 올해 조기종료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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