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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전쟁②] “1.7조원 합당” 통신사-정부, 주파수 재할당대가 ‘동상이몽’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주파수 재할당’ 대전이 다가온다. 수조원이 걸려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덜 내겠다는 통신사와 더 받으려는 정부 사이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재할당 대가를 놓고 많게는 3조원 이상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통신업계는 총 1조7000억원 이하가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내년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2G‧3G‧4G 주파수를 기존 이용자 통신사에게 재할당한다. 통신사가 보유한 2G‧3G‧4G 전체 주파수 400MHz 중 약 78%에 달하는 310MHz를 대상으로 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전파법 취지에 맞게 적정대가를 부과하고 주파수 경제적 가치를 회수하겠다는 원칙론을 펼치고 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디지털뉴딜’ 정책 동참과 5G 인프라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났지만, 통신업계에서 요구하는 주파수 재할당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에게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을 디지털뉴딜 정책과 연관해 진행할 계획에 대한 질문에 “재할당 이슈는 디지털뉴딜과 무관하다”고 답하며 선을 그었다.

통신3사는 디지털뉴딜과 코로나19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정책에 화답하며 매출 정체 속에서도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재할당대가를 높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4월 구현모 KT 대표가 최기영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 개선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휴권 KT 정책협력담당 무선정책팀장은 “매출이 정체하면서, 많은 주파수 대역이 쌓이다 보니 사업자가 감내할 수 없는 부분에 이르렀다”며 “디지털뉴딜에 동참하라고 하는데,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재할당 대가까지 높으면 투자 여력이 없어진다. 없는 돈을 쥐어짜고 있는데, 재할당대가를 높이면 투자할 수 없는 진퇴양난 사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통신3사는 정부에 전파법 시행령 ‘별표3’ 규정으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요청해 왔다. 별표3에서는 예상매출액과 예상매출액과 실제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납부금으로 구성됐다. 예상매출액에는 1.4%, 실제매출액에는 1.6%를 적용한다. 통신3사는 투자 활성화 방향으로 재할당대가를 산정하려면, 매출성장률은 3% 이하로 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통신3사가 주파수 재할당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최대 1조7000억원이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주파수비용 부담률을 8.1%로 집계했다. 이는 OECD 주요국 평균 4.66%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 3.7%, 방송통신발전기금 2.9%, 광산세 1%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유례없다는 것이다.

또한, 주파수 경매제로 변화한 후 할당대가까지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6년 당시 정부는 4.6% 매출성장률을 예측해 할당대가를 산정했는데, 2016년~2019년 통신3사 실제 매출액은 오히려 약 2% 줄었다. 과거 경매대가 누적 반영으로 최저경쟁가격도 높아지고 있으며, 현재 재할당 주파수 가치도 LTE 경쟁 초기와 다르다는 판단이다. MHz당 매출 기여도는 2012년 865억원에서 2019년 327억원으로 2.6배 하락했다.

특히, 재할당 대상 주파수는 신규시장이 아니라 기존 이용자 보호‧안정적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과거 낙찰가를 반영시키지 말고 예상매출액 산정을 현실화해달라는 것이다.

권 팀장은 “기존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인 만큼, 과거 낙찰가를 반영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것이 어렵다면, 5G 경매가로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때 통신3사는 10년 이용기간을 부여한 280MHz폭을 3조원대에 낙찰받았다.

김희규 SK텔레콤 정책개발실 기술정책팀 리더는 “과거 경매 시절 사업자 간 경쟁으로 가격이 올라간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결과를 현재 가격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5G는 10년 이용기간에 3조원대인데, 공교롭게도 이번 재할당에 나온 주파수 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이영풍 CRO 공정경쟁담당 정책협력팀장은 “이번 재할당대가는 통신3사 총 1조5000억원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보이며, 사업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부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8.1% 주파수 비용 부담률에 대해 오류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한국 매출액 대비 총 주파수 할당대가 비중은 3.8%로, 지난해 기준으로는 7.1%로, 독일(11.7%‧13.7%)‧영국(8.5%, 10.3%)보다 낮다는 것이다. 또한, 5G 주파수의 경우, 당초 10조원이 넘는 가격에 공급해야 했으나 당시 통신사 투자 여력을 고려해 3조원대로 낮췄다는 설명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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