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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갤노트20 ‘고의 개통지연’ 논란, 방통위 실태점검 실효성 있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자를 대상으로 한 통신사들의 고의 개통지연 논란이 거세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하지만 위법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아 실효성 없는 겉핥기 조사에 그치지 않을지 업계 안팎으로 우려가 커진다.

27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 고객들의 개통을 일부러 늦춘 혐의를 받고 있는 KT에 대해 전날 실태점검을 시작했다. KT에 이어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KT는 지난 14일 갤럭시노트20 예약구매자 대상 사전개통을 시작한 직후 일선 대리·판매점에 고객개통을 중지시키거나 시간대별로 한시적인 개통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개통을 제한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이유를 안내받지 못한 채 개통을 기다려야 했다.

방통위는 이러한 개통지연이 전기통신사업법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저촉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고낙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실태점검을 먼저 해보고 결과에 따라 사실조사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위법성이 드러나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이용자 이익을 해치는 금지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매출액의 3% 이하)을 부과할 수 있다.

위법성 여부를 가를 쟁점은 ‘고의성’이다. KT가 본사 차원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고객 개통을 인위적으로 지연시켰다면 이용자 피해를 초래한 전기통신사업법상 명백한 금지행위다. 다만 이런 경우도 있다. 일부 유통망에서 본사로부터 받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고객에게 불법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가 장려금이 나오지 않자 개통을 취소·지연했다면 금지행위가 아니다. 사전에 불법보조금이 합의된 거래기 때문에 정당한 피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단, 불법보조금 거래는 단통법상 위반 행위다.

하지만 이번 개통지연 사례는 불법보조금 거래가 포함된 후자의 경우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통상 불법보조금이 오가는 일부 온라인·집단상가 등이 아닌, 일반 소매 대리점을 대상으로 개통제한 정책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KT는 갤럭시노트20 사전개통 당일인 14일 오전부터 약 일주일간 노트20의 번호이동(MNP) 개통을 중지하거나 지연시키는 소매 정책을 유지했다. 본사와 무관한 일부 판매자들의 불법행위로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통신사가 소매점을 대상으로 개통제한 정책을 펼쳤다는 것은 개인 판매자들인 유통망과 달리 본사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당장 조절하기 수월한 대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만약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불거진 문제라면 전산상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실제로 위법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는 놀라지 않는 눈치다. 통신사들의 고의 개통지연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들도 그동안 ‘시장 안정화’ 명목으로 개통건수를 제한하는 영업방침을 내려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특히나 갤럭시노트20 출시 이후 시장 과열을 자제하라는 방통위의 ‘엄명’이 있었던 데다, 얼마 전 통신사들이 512억원 규모 과징금 제재도 받은 바 있어 ‘개통 눈치보기’가 더 심했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방통위가 실태점검에 착수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태점검은 단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수준으로, 실제 강제력 있는 조사 집행이 이뤄지려면 사실조사 단계로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최근 5년 내 이러한 개통지연 사례로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착수해 실제 사업자 제재까지 이뤄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본사 차원의 고의적인 조치인지 일부 유통망의 불법행위인지 위법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방통위는 이번 실태점검을 위해 통신사업자에 전산 시스템상 개통 이력을 요청하고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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