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유통망 ‘개통지연’ 논란…판매·소비자는 ‘분통’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일부 유통망에서 고객 휴대전화 개통을 일부러 늦추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는다는 명목이지만 판매자와 소비자는 분통을 터뜨린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고의적인 서비스 제한이 또 다른 이용자 차별을 낳을 우려가 커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일부 유통망에 고객 번호이동 개통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판매점들이다. 하루 판매량 순증감 추이를 지켜보다가, 번호이동이 몇 건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길게는 2~3일씩 시간대를 조절하는 식이다.
통신사들은 판매점에 정해진 시간대에만 개통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거나, 아예 전산 시스템 고장을 핑계로 일부러 개통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한 경우 매장에서 개통을 못 하도록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지급금액을 줄이겠다고 갑자기 공지하기도 한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고객은 이유도 모르고 개통이 안 된다고 화를 내는데, 제대로 된 사정을 설명해줄 수도 없어 난감하다”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줄어 개통량이 반 토막 났는데 이런 개통 지연까지 더해 고객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번호이동 개통을 제한하는 것은 서로 간 보조금 경쟁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 과열을 경계하는 정부 감시망이 두터워진 데다,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벌어진 불법보조금 대란에 대한 방통위 징계 조치를 앞두고 있어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앞서 통신3사는 올해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지양하자고 약속한 바 있다. 마케팅 경쟁이 집중되던 사전예약에 대한 절차개선합의를 지난달 10일 발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등 신규 단말 출시에도 최근 유통 시장은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다.
통신사들은 고의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특정 통신사에서 번호이동 건수가 눈에 띄게 치솟으면 개통을 조절하는 일이 있기도 했으나, 최근엔 시장이 안정적이어서 번호이동 순증감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자는 취지가 결국은 개통 건수를 인위적으로 분배하는 꼼수로 이어질 수 있어, 도리어 이용자 차별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개통이 지연되면 고객이 판매점에 신분증을 장기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초래돼 개인정보 유출 위험까지 우려된다.
유통업계는 골목상권 피해를 호소한다. 한 관계자는 “순수 매장 운영자들은 시장이 과열되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지나친 제한 정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규제 기관은 골목상권이 아닌 비정형 채널, 특수 마케팅·온라인상의 과열을 집중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개통을 인위적으로 못하게 하는 정황이 있다면 적절한 제재를 받아야겠지만, 사업자들이 장려금이나 정책을 조절하면서 자연스럽게 개통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위법성을 바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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