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삼성에게는 아직 10년의 시간이 있다

김도현
- EUV 선제 도입·확실한 2위 등극…일희일비는 시기상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이순신 장군은 명량대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상소를 올렸다. 칠전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괴멸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후 330척의 왜선을 무찌르며, 12척의 힘을 증명해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했다.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분야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1만5000명 채용, 생태계 육성 지원방안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청사진에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는 핵심으로 꼽힌다. 1500억원이 넘는 극자외선(EUV) 장비도 다수 구매하고, 라인 증설에 나서는 등 투자를 아끼지는 않고 있다.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파운드리 매출은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파운드리가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대만 TSMC와 격차가 크고, 태생적인 한계로 성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다. TSMC는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선두다. 30년 넘게 쌓아온 기술 노하우,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 등이 가져다준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20% 미치지 못하며, TSMC와 달리 순수 파운드리가 아니다. 생산과 설계를 동시에 한다. 파운드리 고객사인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퀄컴, 애플 등의 경쟁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 파운드리의 미래를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를 선도하고 있지만, 파운드리에서는 후발주자다. EUV를 선제 도입했고, 빠른 속도로 2위를 차지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TSMC와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파운드리 특성상 고객사 확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다. 칩 설계도를 넘겨줄 수 있을 정도의 신뢰를 쌓아야 하고, 기존 업체를 대체할 수 있는 무기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삼성 파운드리의 성장세는 가파른 편이다.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점도 고려 대상이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시장조사업체의 파운드리 점유율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의 위기설을 제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에 속해있던 파운드리 팀을 독립부서로 분리한 지 3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16개월이 지났다. 흐른 시간 대비 결과물을 봤을 때 기다려 볼 가치는 충분하다. 삼성에게는 아직 10년의 시간이 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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