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반대론자 모인 트럼프 2기…韓 플랫폼만 ‘샌드위치 신세’ 되나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트럼프 2.0 시대가 열렸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밀어붙이는 국내외 주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정책이 미국으로부터 더 강도 높은 통상 압력을 받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보호주의 시대에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과도한 규제 대신 포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및 자국 정책 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제시했다. 무역 시스템 재점검 및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확대) 방침, 전기차 우대정책을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인 ‘그린 뉴딜’ 종료 선언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빅테크 규제 반대 인사들 대거 발탁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와 같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조로 강경한 통상정책을 펼치는 한편, 자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보호 등 친(親)시장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정부부처 수장에 빅테크 규제 반대론자들을 연달아 임명한 바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정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전 비서실장은 한국 플랫폼 규제에 반대하는 인물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미국 교체수석으로도 활동한 그는 작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공정위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지명된 앤드루 퍼거슨 현 FTC 위원도 규제 완화론자다. 퍼거슨 위원장은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린 리나 칸 위원장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편 작년 9월 미국 공화당 캐롤 밀러 하원의원은 ‘미국-한국 디지털 무역 집행 법안’을 발의했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반칙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입법 조치로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미국 정부가 ‘통상법 301조’ 조사 등 대응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 골자다.
통상법 301조에 따르면 교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미국 무역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관세 부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제소, 무역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피해 경감을 위한 양자 협정 체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국회 온라인 플랫폼 규제 속도…美 CCIA·암참도 반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시장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지정’하고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다가 국내외 산·학계 반발을 받았다. 이후 공정위는 플랫폼법 대신 플랫폼의 4대 불공정 행위(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를 ‘사후추정’으로 제재하는 내용의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낙인효과’와 시장 생태계 혁신 저해 등을 이유로 반대를 받은 사전지정제가 사후추정제로 변경됐지만, 사실상 큰 차이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플랫폼을 상대로 추가적인 제재에 나선다는 의도는 여전해서다. 유력한 제재 후보군으로는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과 구글·메타·아마존·애플 등 미국 빅테크가 거론된다.
국내 업계는 물론이고, 계미 빅테크를 회원사로 둔 미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미 재계를 대변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까지 여러 차례 성명을 내고 반대 의사를 전해 온 이유다. 이같은 국내외 여론에도 불구, 한국에서는 플랫폼 규제 입법 움직임이 국회에서 다시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작년 12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안’에 대한 비공개 공청회를 개최하고 업계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는 같은 달 초에 플랫폼 법안 관련 법안심사소위 논의가 불발된 데 따른 추가 협의 목적으로 마련됐다. 현장에 따르면, 현재 여야 모두 플랫폼 규제 자체에는 이견이 없어 규제 법안 통과를 위한 논의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올해 초 발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도 앞서 발표한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으로 ‘온라인서비스이용자보호법(가칭)’ 제정을 예고했다. ‘한국형 DSA’라 불리는 이 법은 불법·유해정보 유통 방지, 콘텐츠 노출기준 공개 등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은 “미국의 규제 완화 기조와 한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양국 플랫폼 기업 간 경쟁력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현재 추진되는 한국 인공지능(AI) 기본법 및 플랫폼 규제법은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 부담, 서비스 이용 제한 등에 대한 시정명령 리스크 등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부담을 가중한다는 업계 우려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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