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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오라클의 '초강수', 금융권 IT전략 고민 깊어진다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오라클 DB제품을 많이 선택하면 라이선스료를 대폭 할인하겠다’며 오라클이 던진 회심의 카드가 막판 입찰을 앞두고 있는 2000억원 규모의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사업에 적지않은 후폭풍을 던지고 있다.

특히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을 구성하는 DB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DB, 그리고 나아가 오라클 DB와의 연계되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DB제품을 선택하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한국오라클이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 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SDS, LG CNS, SK(주)C&C IT서비스 3사에 계정계와 클라우드 DB를 묶음한 파격적인 라이선스 비용을 제시하면서 IT서비스 3사의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제안요청서 마감이 코앞(13일)으로 다가오면서 IT서비스 3사는 각각 물밑에서 오라클 DB를 대체할 경우, 제안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민커진 IT서비스 빅3

오라클이 쏘아올린 공은 입찰에 참여한 IT서비스 3사로 넘어왔다. IT서비스 3사는 오라클이 파격 제안한 대로 전체 그림을 그려서 입찰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오라클DB를 대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서 입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비용측면에서는 오라클의 파격을 수용한 제안서가 유리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벤더 종속성 등 리스크까지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한다. 결국 발주처인 우정사업본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가늠할 수 없다.
현재 우체국금융은 오라클, 사이베이스 등 현재 8종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 중이다. 우체국금융의 DB테이블은 올 6월말 현재 계정계와 정보, 대외계를 포함해 4309개에 달한다. 현 수준을 감안해 한국오라클이 제안한 라이선스 가격은 사실 파격적이다.

한 DB업계 관계자는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에 구현되는 시스템이 100여개가 넘는다. 오라클은 CPU 코어(Core) 개수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을 책정하고 있는데 오라클의 리스트 프라이스(표준가격표)를 적용할 경우 300억원에서 500억원이 넘는 규모다. 물론 영업 과정에서 대형 계약에 따른 가격조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의 파격제안, 그러나 선뜻 받기 어려운 이유

오라클은 클라우드 DB 등 모든 DB에 대해 일종의 묶음 할인을 제시했다. 묶음 상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라이선스 가격이 크게 올라가는 구조다. 클라우드 DB에 오라클 DB를 사용하지 않으면 라이선스 비용이 170억원에서 190억원으로 20억원이 순증한다.

문제는 IT서비스 3사가 오라클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데 있다. 이는 우정사업본부도 마찬가지다.

외산 솔루션이 특정 시스템을 독점할 경우 시스템과 연계되는 솔루션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오라클 DB의 경우 연계 솔루션은 물론 DB튜닝, DB성능관리 솔루션과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만큼 단순히 DB 대체에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때문에 IT서비스 3사는 현재 국산 DB 및 타 외산 DB업체를 대상으로 오라클 DB 대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이틀간 DB 대체 여부를 묻는 전화가 수시로 오고 있다”며 “오라클 엑사데이타 등 어플라이언스 대체까지 확장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오라클 DB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가능한 선에서 대안을 IT서비스업체들이 찾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선 상당 부분 시스템에서 오라클 DB의 대체제 마련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에는 오히려 오라클이 던지 승부수가 자칫 ‘악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오라클 라이선스 비용이 상승하는 것에 대비해 IT서비스 3사는 협력업체와 솔루션 업체들을 대상으로 원가절감 방안을 긴급하게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널관련 업체 관계자는 “이틀 전부터 3사가 비상상황 아래서 협력사들과 원가절감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분리발주된 SW는 큰 영향은 없지만 그 외에는 인력공수 비용에서 원가 절감 방안 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라클'이냐 '탈 오라클'이냐 분수령

오라클의 이번 파격적인 제안을 시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향후 1~2년내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금융회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때문이다.

일단, 이번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현재로선 제안에 참여하는 IT서비스 기업들의 최종 결정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라클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삼성SDS, LG CNS, SK(주)C&C 등 사업을 준비하는 사업자들이 프로젝트 성격과 성공을 위한 전략 면에서 고민할 문제다.

오라클 DB 대체재들이 금융 핵심 시스템에서 충분히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보장은 물론 사업 주체인 우정사업본부가 어떤 방침을 갖고 있느냐가 문제다.

사업자 측면에선 오라클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입찰가격에 있어 유리한 전략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다.

우체국금융 차세대 사업에서 기술평가보다는 가격에서 사업자 선정이 결정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기술적 차이가 서로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결국 승부는 가격인데 20억원이라는 비용절감은 IT서비스업체에게 유연한 전략 설정을 가능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100%로 오라클 DB를 제안하는 것은 발주처와 제안사 모두 부담이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라이선스료는 일회성 비용지출이 아니라 매년 내야하는 고정비다. 제안요청서 마감을 3일 앞두고 IT서비스업체들의 치열한 전략 논의 결과에 업계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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