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00억원대 규모의 금융·공공을 아우르는 대규모 IT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꼽히는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을 위한 제안요청서 마감이 오는 14일로 다가온 가운데 사업 제안을 준비하는 국내 IT서비스 빅3 가 큰 고민에 빠졌다.
시스템 구축에 있어 핵심 시스템인 DB 라이선스 책정과 관련해 한국오라클이 회심의 제안을 3사에게 던지면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오라클은 최근 사업을 준비 중인 삼성SDS, LG CNS, SK(주)C&C 3사에 공문을 보내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관련한 일종의 맞춤형 DB 라이선스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안 내용에 따르면 이번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계정계 DB 라이선스 중 유닉스DB와 클라우드DB, 기존 오라클 DB 유지보수를 포함, 약 170억원 수준의 할인된 라이선스 비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체국금융은 이번 사업을 통해 계정계시스템에도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그 형태는 원장처리의 경우 유닉스를 사용하고 그 외 시스템은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하이브리드다.
하지만 한국오라클은 우체국금융이 계정계 시스템 DB에서 클라우드 DB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지불해야하는 라이선스 비용을 190억원 플러스 알파로 제시했다.
결국 모두 오라클 DB를 선택해야만 발주처 입장에서는 약 2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이뤄지는 셈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DB에 오라클을 적용하지 않으면 사업 제안사가 비용증가를 떠 앉아야 하는 구조다.
오라클이 이번 우체국금융 차세대사업에 할인 가격으로 제시한 170억원에는 오라클의 데이터 어플라이언스인 엑사데이타 라이선스도 포함 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있어 가장 큰 비용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오라클 라이선스다. 금융사의 계정계 DB 등 핵심 서비스가 오라클 기반으로 되어 있어 제품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때문에 이번 오라클의 제안 자체는 입찰에 참여하는 IT서비스 3사에게 나쁜 조건은 아니다.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라클의 할인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차세대시스템 전 영역에 걸친 DB부문이 여전히 오라클에 종속된다는 점에서는 독이든 성배가 될 수 있다. 또 향후 우체국금융이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을 할 경우에 있어서도 불확실성을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 파격제안 배경은?
오라클이 이러한 파격적인 제안을 한 배경에 대해선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확실한 사례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관측과 반 오라클 정서에 대응하기 위한 고객 확보 차원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라클은 전통적 우위를 보여왔던 DB시장에서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는 AWS,MS,NBP 등이 앞서 나가고 있다. 오라클이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 사업에 파격적인 DB가격 제안을 함으로써 DB와 클라우드, 사실상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시스템 구축에 있어 오라클 DB는 필수요소였지만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시들해졌다. 오라클이 우체국금융 차세대를 통해 클라우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다지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픈소스 DB 등 다양한 움직임이 금융권에 있고 오라클의 높은 유지보수요율에 대한 정서적 반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오라클이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오라클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IT서비스 빅3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우선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의 성격 탓이다. 우체국금융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에서 영위하는 사업으로 공공 목적의 사업 추진을 일관적으로 해왔다. 우체국으로 대표되는 대민 서비스의 일환이다.
때문에 우정사업본부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중요시 여긴다. 우체국금융 차세대 제안요청서에도 상생협력 부분을 통해 중소기업인 소프트웨어사업자의 공동수급체 참여비율을 평가한다. 외산 솔루션 도입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국산 SW에 대한 상생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 어떤 선택할까?
우정사업본부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를 대체하기 위한 정부의 개방형 OS 도입 등에 있어서도 선도적으로 나서는 등 국산 SW생태계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라클이 제안한 전 DBMS 라이선스 도입을 받아들일 경우 업계는 물론 정부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는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 정책에 반하는 셈”이라며 “코로나 19와 관련해서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정부정책은 물론 사회적 목소리가 높은데 대표적인 공공 빅딜 사업 중 하나인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이 오라클로 도배되면 국산 업체는 다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제안을 앞둔 IT서비스빅3는 오라클의 라이선스 제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중이다. 제안요청서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 문제다. 3사 모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IT서비스 빅3 중 한 기업 관계자는 "경제성이나 안정성이냐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민 중이다. 오라클 라이선스 비중이 너무 높은데 다른 부분의 원가절감 등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